[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화장로 부족, 시신 안치실 부족, 관으로 사용하는 오동나무 부족, 근조화환에 들어가는 국화꽃 부족. 급증하는 코로나19 사망자로 인해 이제는 진단부터 사후 처리까지 모든 과정에서 부족함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미크론이 정점을 지났다고 진단했다. 정점 규모도 예상보다 낮다고 했다. 보건당국은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규모가 금주 또는 다음 주부터 꺾이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전국의 확진자는 62만1328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정확히 7일 뒤인 24일에는 470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1주 평균으로 보면 확실히 감소 추세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1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28만5553명 수준이다. 20~27일의 일평균 확진자가 38만8108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1주 만에 평균 26%가 줄었다.
확진 판정부터 사망까지 1~2주의 시차를 고려하면, 이론적으로는 사망자 수도 곧 줄어드는게 맞다. 이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는 무리하게 시신 안치실을 늘리기 보다는 폐원한 병원을 활용하는 등 임시방편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정부의 예상대로 흘러갔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늘 우리는 확산세 진정→거리두기 완화→n차 대유행→거리두기 강화→확산세 진정이라는 사이클을 겪었다. 심지어 지난해 말에는 '위드 코로나' 시행 한달여 만에 고강도 거리두기가 시행되지 않았나.
그러나 지금은 사적모임 허용 시간이 자정까지 늘고, 곧 영업시간 제한이 완전 해제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이게 맞나'라는 의문이 든다. 완화된 거리두기와 함께 확진자가 급증하면 어쩌나,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장례식장들이 무리하게 장례를 받으면 어쩌나, 날은 따뜻해지는데 안치실 부족으로 시신 관리 소홀하면 어쩌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희생을 생각하면 거리두기를 푸는 것이 맞지만, 2년 넘게 알 수 없는 변수를 겪어가면서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이번에도 '터지면 방어하자'라는 K방역의 한계가 나올까 두렵다.
확진자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병상·의료인력 문제는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고, PCR 검사 한계가 오면서 '알아서 판단하라'는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했다. 이제는 돌연 이 제도를 폐지하고 우선순위에 대한 PCR검사만 한다. 나머지는 동네 병·의원 몫. 아니, 그냥 개인 양심의 몫.
오미크론을 계절 독감 수준이라며 치부했던 정부의 방역이 고령층을 중심으로 최다 사망자 속출이라는 결과만 낳았다. 그런데도 '나만 안 걸리면'에서 '나만 안 죽으면'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60대 부모님을 둔 자식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
윤민영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