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장밋빛 전망' 이르다..시장성은 여전히 바닥

정부 돌연한 정책변경에 시장·소비자 혼란 가중

입력 : 2010-09-10 오후 12:50:28
현대차가 첫 양산형 전기차 블루온을 내놓으면서 전기차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일고 있습니다. 정부도 2020년까지 백만대 보급 계획을 밝히는 등 민관이 모두 전기차 상용화에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전기차 상용화는 아직 먼 미래의 일이며 넘어야할 산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입니다.
 
1100cc급 소형차인 i10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고속전기차 블루온의 가격은 최소 5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블루온의 첫 구매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토부나 지경부 등 정부와 현대차측은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5000만원 이하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005380)가 원하는대로 5000만원 이상 가격이 책정되더라도 남는 장사는 아닙니다. 개발비 및 제조 원가 등을 따져보면 아직은 팔수록 손해가 나는 분야가 전기찹니다.
 
경차 수준의 1100cc 차량을 벤츠나 BMW급 가격을 주고 사야하는 게 지금의 전기차 시장입니다. 시장성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미래 친환경차 개발 방향 주요축이 전기차로 모아지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지적이 꾸준합니다.
 
원래 정부의 친환경차 개발 로드맵은 2009년에 하이브리드 자동차, 2012년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2013년에 순수 전기차를 개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아반떼와 포르테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갑작스레 정부 정책이 조속하게 순수전기차를 개발한다는 것으로 바뀌면서 혼란이 생겼습니다.
 
업계로선 휘발유나 디젤 연료와 전기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를 먼저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배터리 등 부품단가를 인하할 수 있는 경험과 기술개발 시간을 벌고 소비자로서도 미래형 친환경차에 친숙해지는 기간을 갖길 원했지만 정책 변경으로 인해 시장에서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비싼 가격의 전기차를 내놓게 된 것입니다.
 
세계 각국의 미래 친환경 자동차 개발 방향을 보면 일본은 하이브리드 기술에 우위를 갖고 있으며 친환경차 개발에 뒤쳐진 미국이 기술격차를 단번에 뛰어넘기 위해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아예 전기차가 당장에 실현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친환경 디젤차의 성능향상으로 중심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미국은 비싼 차량 가격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기술개발이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을 보조금으로 풀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갖고 있으며 수소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차에서는 세계적으로 선두권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가 전기차 개발을 서두르는 것은 이러한 강점을 무시하고 친환경차 후발주자인 미국의 방식을 뒤따르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전기차 자체는 개발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닙니다.
 
현대차는 1991년에 쏘나타 전기차를 개발했었고 2000년에는 싼타페 전기차를
국내외에서 몇년간 시험운행하기도 했습니다.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기술은 낮은 가격의 효율좋은 배터리입니다.
 
시장성 있는 배터리가 상용화되는 순간 전기차 시장이 비로소 열리게 되는데 당장에 실현되기는 힘든 일입니다.
 
정부의 조급한 성과주의 정책과 전기차에 대한 업계의 과도한 의미부여가 열리지도 않은 시장이 있는 것처럼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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