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 세계적인 공급망 리스크 때문에 특정 국가에 집중됐던 생산 거점이 산업별로 특화된 국가로 다원화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의 역할이 대만으로 나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중국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산업별로 최적의 생산 거점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6일 발표한 '글로벌 공급망의 뉴노멀과 우리의 대응'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통상분쟁과 공급망 리스크 분산을 위해 대륙권별로 생산 거점이 다원화되는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기존에 아시아의 생산 거점이었던 중국을 대체할 유망 공급망으로 대만이 가장 유력하고, 이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순으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은 아시아 주요국 중 지난 2017년 이후 역내 무역 비중이 V자 반등을 이루면서 최근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0년 역내 무역 규모도 절대적으로 크다. 아시아권 내 무역 규모는 2020년 기준 대만이 4239억달러, 말레이시아가 2937억달러, 인도네시아가 2092억달러다.
또 대만은 그린필드 해외직접투자(FDI) 비중과 최종재 생산을 위한 역내 부가가치 비중 모두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가장 유력한 신규 거점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미국을 대체할 북중미 지역 내 유망 공급망 거점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멕시코가 신규 거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멕시코를 거점으로 한 역내 교역 비중과 그린필드 FDI 비중 모두 2017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멕시코 최종재 수출로 북중미권 내 창출된 부가가치 비중이 2017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에서 미국을 대체할 만한 유망 거점으로 주목할만하다고 평가했다.
유럽권에서는 독일을 대체할 공급망으로 프랑스를 꼽았고, 이탈리아는 향후 유망할 것으로 분석했다.
프랑스는 역내 무역 비중과 최종재 생산을 위한 아시아 내 부가가치 비중 모두 2017년 이후 V자 반등을 이루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마크롱 정부의 법인세 인하, 생산세 감세 등 기업 투자 환경의 제약을 해소하는 정책을 추진한 영향으로 FDI 비중이 상승했다.
이탈리아는 최종재 생산을 위한 유럽 내 부가가치 비중은 하락했지만, 역내 무역 비중과 그린필드 FDI 비중은 반등해 향후 유망한 신규 거점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구원은 권역별로 기존 거점을 대체할 수 있는 유망 신규 거점을 확인하기 위해 △역내 무역 비중 △그린필드 FDI △거점국의 최종재 생산을 위한 해당 권역 내 부가가치 등을 기준으로 실증 분석을 진행하고, 이들 3개 지표의 지수가 상승하면 생산 거점의 지위가 강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분석 결과 제조업 중 전기장비, 기초·가공금속 등은 대만, 독일, 멕시코가 유망하고, 화학은 대만, 프랑스, 미국이, 운송장비는 인도네시아, 독일, 멕시코가, 식음료는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멕시코가 특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중 사업 서비스는 말레이시아, 프랑스, 미국이, 소매업은 말레이시아, 독일, 멕시코가, 내륙 운송은 중국, 이탈리아, 멕시코가 특화하는 등 점차 분화되는 특징을 보였다.
보고서는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며 "각 권역 내 핵심 소재·부품·장비 가치사슬 구조상 '허브 국가'를 발굴하고, 대체 가능한 공급선을 확대해 나가는 등 생산 네트워크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내영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이제는 안정성, 연구·개발, 혁신 인프라 등 비가격 경쟁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품질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제조 공정 전·후의 서비스업 역할도 강조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은 거점별 특화된 산업군의 특성을 고려해 최적의 생산 거점을 선정하는 전략을 구사함과 동시에 전문 기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분야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