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해 9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석권했다.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웨이브 모범택시 등이 인기를 끌며 국내 OTT들도 선전했지만, 넷플릭스 인기를 넘지는 못했다. 그 결과 매출 성장에도 적자를 지속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콘텐츠웨이브와 티빙의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해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매해 커지는 상황이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지난해 558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137억원, 2020년 169억원에 이어 손실 규모를 키웠다. 티빙도 상황은 비슷하다. 티빙은
CJ ENM(035760)으로부터 분사된 2020년 61억원의 손실 기록 후 지난해에는 7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장 재무제표 상으로 보면 국내 대표 OTT 주자인 웨이브와 티빙은 손실 규모를 키우는 상황이다. 넷플릭스 공세에 지난해 11월에는 디즈니+와 애플TV+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경쟁도 심화됐다. 이에 티빙 관계자는 "콘텐츠 투자가 늘어 영업손실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브 관계자도 "콘텐츠 투자가 확대되면서 적자폭도 커졌지만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갖추는 단계"라면서 "해외 시장으로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마련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체험존을 한 시민이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조한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웨이브와 티빙이 투자를 확대하는 만큼 오리지널 콘텐츠 파워는 커지고 있고, 이와 비례해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OTT의 성장동력과도 같은 유료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인 상황이다.
웨이브는 지난해 230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7.7%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유료가입자 기반 매출인 미디어 매출은 전년 대비 23.7% 늘어난 174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SK텔레콤(017670)을 통해 거둔 매출도 818억원을 기록, 전년 (580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SK텔레콤 구독서비스인 T우주에서 웨이브를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T우주 가입자 확대와 함께 가입자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 티빙도 지난해 매출 13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이 749% 급성장했다. 이 기간 유료 가입자 수도 3배가량 늘어났다.
OTT 매출이 유료가입자 확대와 연계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OTT의 저조한 수익성은 성장을 위한 과도기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콘텐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 때문에 수익성은 떨이지지만, 가입자 확대가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올해도 수십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을 계획 중이며, 수천억원 단위로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시장전문가들은 기업의 지속성장 관점에서 OTT 포지셔닝을 재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한다.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이용자들의 OTT 사용 패턴을 보면 넷플릭스 계정에 또 다른 OTT를 구독하는 경향이 짙은 모습"이라며 "콘텐츠 투자 확대로 넷플릭스와 전면전을 펼칠 것이냐, 겹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해 넷플릭스와 공존할 것이냐 등 전략적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