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신흥국 경제와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 비중이 작아지고, 수출 채산성도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5월 미국의 빅 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도 전망되는 만큼 선제적인 기업 대출 완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1일 발표한 '미국 금리 인상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 인상에 기인한 신흥국 경제 둔화와 수입 수요 감소는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 확대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신흥국 월별 수출 규모는 지난 2010년 이후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4년 연방준비제도의 양적 완화 축소 조처 이후에는 등락을 거듭하면서 증가세가 정체되고 있다. 2015년 12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이후 월별 신흥국 수출액은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정책금리가 2%를 상회한 2018년 10월 이후부터는 감소세로 전환했다.
신흥국 수출 비중은 2013년 최대 48.1%를 기록한 이후 2015년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2017년 44.5%까지 3.6%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올해 3월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월별 수출 비중은 지난해 12월 46.6%에서 올해 1월 45.3%, 2월 45.1% 등 3개월 만에 1.5%포인트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주로 신흥국 자본 유출과 신흥국 환율 약세 경로를 통해 신흥국 경제 성장과 수입 수요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신흥국 투자에 대한 유인이 감소하고, 위험 자산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강화되기 때문에 신흥국에서 글로벌 투자자본 유출이 가속할 수 있다. 또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 유동성이 감소하고 신흥국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베트남 등 원자재를 수입·가공 후 수출하는 신흥국은 수입 비용과 생산자 물가가 상승에 직면한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고서는 과거 금리 인상 시기와 비교해 최근 국내 기업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원자재를 수입하는 수출 제조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2015년 12월 미국 금리 인상 당시 국내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2016년 7월부터 30개월 동안 0.5%포인트 인상에 그쳤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2021년 5월부터 10개월 동안 0.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보고서는 이러한 기업 대출금리 인상은 기업의 유동성을 제한하고, 달러 강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수출 제조기업을 중심으로 채산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전체 수입에서 1차산품과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2%에 달하므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국내 수입 단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지난해 4월 이후 수출 단가보다 수입 단가가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 상승이 달러 수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어 원자재를 수입하는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더 크게 악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의 신흥국은 MSCI(모건 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 신흥국 중 한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23개국 기준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지난해와 올해 3번의 금리 인상을 통해 미국의 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올해 상반기 중 미국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기업대출 금리에 대한 사전 관리와 수출기업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자금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지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수요 요인(demand-pull)보다 비용 요인(cost-push)에 의해 구조적으로 장기화하면서 5월 미국의 빅 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기업대출 완화 대책을 마련하고, 해상운임 등 수출기업의 부대비용을 절감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