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해 2월 한 달간 시중에서 풀린 돈이 22조원 가까이 증가하며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오갈 데 없는 뭉칫돈이 예적금으로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진 데 따른 결과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파티가 지속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명분도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12일 발표한 '2022년 2월 통화 및 유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662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1조8000억원(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며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1년 전 대비로는 11.8% 늘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시장형상품 등 금융상품이 포함된 통화 지표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한은은 시중 통화량을 가늠할 때 M1보다 M2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시중 통화량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추세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 통화량은 전월 대비 15조6000억원 증가한 176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차장은 "고강도 대출 규제로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정기예적금으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2월 개인들이 유가증권 시장에서 예탁금이 줄었는데 이 돈이 예적금 등에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업 부문의 통화량은 1075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0조5000억원 증가했다. 대출 증가세가 지속된 가운데 상품수지가 1월 8억2000만 달러에서 2월 42억700만 달러로 개선되며 자금 유입 등으로 증가한 탓이 컸다.
기타 금융기관의 통화량은 2조7000억원 늘어난 634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금리가 오른 데 따른 결과다.
상품별로 보면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이 19조9000억원 늘었고, MMF도 5조6000억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적금의 경우 수신금리 상승, 예대율 관리를 위한 금융기관의 자금유치 노력 등으로 증가했다. 반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4조9000억, 수익증권은 7조6000억원 감소했다.
단기자금 지표인 M1은 1353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9000억원(0.1%) 늘어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또 전년 동월 대비로는 11.6% 상승하며 지난해 2월(26%) 이후 12개월 연속 증가폭이 축소됐다. M1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높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이기 쉬운 자금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2년 2월 통화 및 유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662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1조8000억원(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