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1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디큐브시티 오피스동 21층. 게이트에 들어서자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사전에 등록한 얼굴 정보에 따라 인공지능(AI)이 직원의 얼굴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얼굴을 단 0.2초 찰나의 순간 68개의 특징점을 검출해 AI 기술이 얼굴을 판별했다. 열린 문을 따라 들어가자 SK텔레콤이 새롭게 마련한 거점 오피스 '스피어(Sphere)'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무실에 고정된 좌석은 없었다. 키오스크에서 AI 기반 얼굴 인식 기술을 이용해 앉고 싶은 좌석을 선택하면 된다. 출근하기 전 미리 스피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남은 좌석을 확인하고 예약을 할 수도 있다. 좌석은 그날 그날 업무 특성에 맞게 선택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업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아일랜드 좌석, 팀원들과 함께 앉아 근무할 수 있는 빅테이블 좌석을 비롯해 개인PC를 가져오지 않았을 경우에는 아이데스크(iDesk) 좌석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아이데스크 좌석의 경우 자리에 비치된 태블릿에 얼굴을 인식하면 가상 데스크톱 환경과 즉시 연동돼 평소 사용하는 PC와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회의 공간도 1인용부터 다인용까지 다양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회의가 늘어난 점이 반영됐다. 동료에게 방해줄 염려 없이 1인용 회의 공간인 스피어팟에서 회의에 참석하거나 팀원들과 회의가 필요한 경우 4명 정도 이용이 가능한 스피어룸을 이용하면 된다. 회의실 벽의 투명도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치된 스마트 카메라가 사람의 수를 인식해 사람이 많은 경우 광각으로 촬영하고 말을 하는 사람을 인식해 발표자를 화면에 띄워주기도 한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쓰면 메타버스로 원격회의도 가능하다. 지금은 메타의 플랫폼을 이용해 회의를 진행하지만, 하반기 이프랜드 HMD 버전이 출시되면 이프랜드 안에서 회의가 가능해진다. 분당에서 근무 중인 동료와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상대방의 몸짓이 그대로 재현된다. 또 회의자료를 함께 보고 이를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모습으로 거점 오피스의 청사진을 그려냈다. 지난해 초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거점오피스에 대한 수요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공간기획과 공간 콘텐츠 구체화 작업을 거쳐 시공 후 이달 7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윤태하 SK텔레콤 거점 오피스 TF 팀장은 "좌석이나 회의 공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된 근무 환경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공유와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담는 동시에 팬데믹 이후 늘어난 비대면 회의 등을 프라이빗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업무 공간을 패턴화한 것이다.  

 

구성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편도 1시간 걸리던 출근길이 30분으로 단축되고, 업무 성격에 맞게 공간 선택이 가능해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픈한지 2주 동안 서울 신도림, 경기 일산·분당 등 3곳의 평균 이용률은 60%를 웃돌았다. SK텔레콤은 3곳의 거점 오피스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활용해 거점 오피스를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워커힐호텔에도 3분기께 거점 오피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워케이션(근무+휴가) 콘셉트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공간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휴일이나 주말 일을 하게 되는 경우 일을 하면서 호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에 있다"면서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