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전쟁터 나온 여-검, "대안은 아직…"

수사 공백 대책·수사 공정성 제고 방안 사라져
여당 "수사 공정성 높일 대안부터 내놔라"
검찰 "수사권 없는데 개선책 무슨 소용이냐"

입력 : 2022-04-14 오후 5:55:22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완수를 강행하면서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법안을 추진 중인 여당과 이를 막아서는 검찰 모두 대안 없이 서로 주장만 반복하고 있어 국민 피로도만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논쟁의 시작인 수사 공정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수사권 공백을 막을 대책 마련은 나중으로 미루고 있다. 양측이 여러 차례 입장을 표명하며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연합뉴스)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비리사건·산업부 인사권 남용 사건·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사건 등 주요 사건의 수사도 중단돼 결론도 내지 못하고 종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무고 인지 감소·수사 지연 등 현장 폐해가 발생했는데, 남아있는 6대 중요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수사권마저 뺏으면 심각한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 부장은 "소위 6대 범죄 수사는 내용이 방대하고 쟁점이 복잡해 고도의 전문성과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검사가 경찰 송치 사건 서류만 보고 수사 진행과 정확한 실체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채 기소하는 경우 오류 가능성이 높고 공소 유지도 심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이날 대기업 담합·부당지원 등 공정거래범죄의 61%를 검찰이 직접 수사하고 있고, 경찰이 수사한 기술유출 범죄의 불기소율이 80%(일반사건은 50%)에 기소 범죄의 무죄율도 20%(일반사건 1%)로 매우 높으며, 검경 수사권 조정 후인 지난 2021년 마약류 압수량도 검찰이 76.2%로 경찰(23.8%)보다 월등히 많다고 설명했다. 
 
고검장 회의·검사장 회의·총장 간담회 등 검찰이 연일 자신들의 수사 능력을 뽐내며 검수완박 반대 근거를 내세우고 있지만, 검찰 개혁 논의 발발 원인인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방안은 여전히 들을 수 없었다. 지난 11일 전국 검사장 회의에 이어 이날도 검찰은 "수사권이 없는데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논할 것이냐"는 말이 나왔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4일 국회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검찰 입장을 전달한 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오수 총장이 이날 국회에서 대검찰청으로 돌아오며 검찰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시정하고 통제할 '특별법'과 '특별 기구' 설치를 언급했고, 문 부장도 수사 전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과 수사심의위원회의 기속력을 높이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현재 논의 중인 방안일 뿐, 구체적인 방향성이나 실천 방안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검찰이 수사의 중립성·공정성 제고 등 개선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검찰의 행보는 대안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는 의미다. 전국 검사장이 모여 회의까지 했는데 검찰의 수사권을 그대로 두면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난 박 장관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을 하면 우리는 문제는 없다라는 건지, 좀 문제가 다소 있으면 우리는 이걸 이렇게 풀겠다라든지, 그걸 국민들께 드려야 한다"며 "이게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정한 정책의원총회가 끝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대책이 없기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당장 검찰 손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면 그사이 발생할 수사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대안이 없는 것이다.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나 '한국형 FBI' 설립 등을 전제로 장기적 논의를 이어가면 된다는 입장이다. 갑작스레 커진 경찰의 권한을 통제할 장치도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협회(민변)·여성변호사협회(여성변회) 등 법조계가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수완박의 당위·부당을 넘어 충분한 논의 없이 민주당이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을 성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여성변회는 특히 검수완박 논쟁이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 없이 정치권 갈등으로만 소모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법을 개정하면서 정작 이 법이 수호해야 할 이들을 살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변회는 이날 성명에서 "검찰의 수사종결권이 일부 중대범죄를 제외하고는 경찰로 이관됐는데도 경찰서 간 잦은 이송과 사건처리 지연, 수사견제 시스템 미비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검찰이 대부분의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있을 때도 이와 다르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치권만의 권력 다툼이 아니라 국민들의 인권을 대변하고 억울한 피해자의 눈물을 씻어주는 고민을 하고 있는지 정치권은 다시 한번 되돌아봐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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