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4월 국회 처리 가능?…관건은 '박병석'

박병석 의장, 23일부터 방미…민주당, 사회권 이양 종용
박병석 설득에 총력…최후 수단으로 회기 쪼개기

입력 : 2022-04-15 오후 5:49:45
더불어민주당 오영환(왼쪽부터), 박찬대, 김용민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방침을 정했지만, 정작 넘어야 할 산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됐다. 법사위 문턱을 넘는다 해도 본회의 상정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통해 제지에 나설 경우 마땅한 저지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회기 쪼개기'까지 거론된다.
 
민주당은 15일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하고, 소속의원 172명 전원이 함께 이름을 올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검찰의 6대범죄에 대한 수사권 규정을 삭제하고 경찰의 직무 관련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만 남겨두는 내용이 담겼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이다. 
 
민주당은 오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열고 김오수 검찰총장을 출석시켜 검찰개혁안과 관련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법안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늦어도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키고 내달 3일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 공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넘길 경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실상 법안은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관건이었던 여론도 민주당에 긍정적이다. 14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 검찰의 기소권 및 수사권 분리 방침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찬성 46.3%, 반대 38.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이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 등 물리력 행사를 예고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를 무산시키기 위해서는 재적의원의 5분의 3에 해당되는 18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으로 필리버스터 저지를 위해서는 정의당(6석),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6석)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의당이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에 반대하고 있어 필리버스터 저지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결국 민주당은 박병석 의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본회의 사회권을 쥔 박 의장이 관련 법안을 직권상정하면 된다. 하지만 오는 23일부터 내달 2일까지 박 의장의 미국 순방 일정이 잡혀 있어 본회의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순방 일정 변경 가능성에 대해 “오래 전부터 돼 있었던 일정”이라며 “상·하원 의장 등 수십 명과 약속이 돼 있어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박 의장이 자당 소속인 김상희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순방을 가면 된다고 종용할 태세다. 하지만 박 의장은 기자들이 ‘김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길 것이냐’고 묻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 의장 측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으로서는 김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그것은 상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가능성을 닫았다.  
 
박 의장으로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검찰개혁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다.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 요건으로 △천재지변·전시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원내대표)과 합의하는 경우 등 세 가지 경우로 제한했다. 박 의장으로선 정치적 중립을 저버리고, 직권상정을 강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박 의장 측 관계자도 “박 의장은 그간 첨예하게 대립한 법안에 대해서 항상 여야 간의 원만한 합의를 요청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빠짐없이 타협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지난해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여러 차례 양당 간의 합의를 요청하면서 본회의 직권상정을 거부한 바 있다. 
 
이를 간파한 민주당은 박 의장 설득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장실을 찾아 검찰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수사권 분리는 특정 인물과 사건을 염두에 둔 대응이 아니라는 점, 앞으로는 권력기관을 견제할 기회가 없어 4월 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단, “본회의 의사일정 협의나 순방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12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고육지책으로 ‘회기 쪼개기’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회기 쪼개기는 임시국회 회기를 30일 단위가 아닌 며칠 단위로 소집하는 것으로, 지난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에도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 쓰인 전략이다. 임시회 소집은 국회의원 재적 4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돼 민주당 자력으로도 가능해진다. 
 
국회법에 따르면 회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필리버스터도 종료되고 이후 필리버스터 안건은 다음 회기에 자동 상정된다.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이번 임시국회 회기를 단축하고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해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는 방안을 전략으로 쓸 수 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기 변경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 답하기 어렵다”며 “박 의장 해외 순방 일정을 포함한 모든 상황에 대해 열어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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