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광장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7일 "유엔 제5본부를 유치해 서울을 글로벌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며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 지도부가 서울시를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며 사실상 전략공천 방침을 밝힌 가운데 송 전 대표는 경선에 대한 의지를 다지며 대립 전선에 섰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출마선언식을 열고 "윤석열정부의 일방독주에 견제장치를 달고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대선에 보내주신 1614만명의 성원을 반드시 지방선거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이 가장 앞에서 싸워서 13척만으로도 승리를 이끈 것처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아니라 윤석열정부와 가장 최전선에서 싸우며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서울에 UN 제5본부를 유치해 글로벌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를 통해 △항구 평화체제 구축 △소비지출 6조 및 생산유발효과 10조 경제효과 창출△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상승 등 막대한 직간접적 효과를 기대했다. 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반값 아파트 공급과 초고가 주택을 제외한 1인1주택 종부세 폐지, 양도소득세 중과세 2년 유예 등을 약속했다.
20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 직에서 물러났던 송 전 대표는 한 달도 안돼 당내 숱한 반발 속에서도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했다. 경선 없는 전략공천은 자신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라고 했고, 오세훈 시장에 뒤지는 경쟁력에 대해서는 '지금 누가 나서도 진다'고 맞받았다. 서울지역 의원들과 86그룹의 강한 비판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윤호중 비대위는 서울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며 당내 반발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경쟁력 있는 새 인물을 전략공천하는 방안과 기존 후보군에 새로운 후보들을 추가해 경선을 붙이는 방안을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안의 부재다. 현재 송 전 대표를 비롯해 박주민 의원과 정봉주·김진애 전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 일각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차출론이 나온다. 다만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가능성은 낮다. 이 전 대표 외에도 정세균 전 총리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출마 선언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전 대표의 차출 가능성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안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왜 안 한다는 분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스럽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이낙연계를 비롯해 친문의 비토론에 대한 불쾌감으로 받아들여졌다. 대신, 이 전 대표가 경선에 나선다면 "대환영"이라고 오히려 압박했다.
아울러 송 전 대표는 지도부를 향해서도 "이렇게 시간을 잡아먹으면 우리 후보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당 지도부가 스스로 잡아먹는 것 아니겠냐"며 "중요한 것은 경선을 통해 우리 후보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작업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