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각국이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지원을 시행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약가 우대 등의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세계 각국이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원료의약품 자국화를 위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성격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현지 의약품 제조기반을 강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혁신경쟁법안(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에 서명했다.
이번 법안은 각종 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이 의약품 시장 내 우월한 지위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원료의약품 쏠림 현상에서 해결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법안 내용을 보면 미국과 유럽연합(EU)를 포함한 국가들은 중국으로부터 공급되는 의약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동 전략을 세우고 협력할 수 있다. 법안에는 시장에 중국산 제품만 유통되지 않도록 공급망을 분산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과 지원책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에 앞서 일본도 원료의약품 해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자국에서 수요가 많은 원료의약품 중 해외산의 비중을 내리기 위해 국내제조분으로 전환하는 업체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우리나라가 맞은 상황과 맞물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값싼 중국산, 인도산 원료의약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경우 의약품 제조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으로 치닫자 호르몬제 등 일부 품목은 원료 공급이 지연돼 생산이 멈추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들이 기존 약 대신 다른 성분의 약을 처방받는 현상도 일어났다.
업계에서 요구하는 제도적 지원의 핵심은 인센티브다. 값싼 중국산이나 인도산 원료의약품 대신 국산 활용으로 전환하려면 보상책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격 때문에 해외산 원료의약품 사용이 늘어났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한다"라며 "꼭 필요한 의약품을 제조할 때 수입 대신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 일정 부분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다방면에 걸친 인센티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해외산 원료의약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약가 우대가 거론된다. 이와 관련,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지난해 12월 '국내외 원료의약품 산업 현황 및 지원정책 연구'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약가 우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진흥원은 보고서에서 "국내 완제의약품 기업이 국내 원료를 사용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부재하다"라며 "기존 약가 우대정책을 부활하거나 적용 대상 및 기준 완화 등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