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검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저지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법안이 시행되면 '정인이 사건'이나 '박사방 사건'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에서 송치돼 온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한 결과 추가 범행까지 밝혀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은 국민들의 인권을 방치하는 인권방치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진행된 검찰 보완수사 폐지 문제점에 대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연합뉴스)
대검찰청 형사부는 2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보완수사 폐지의 문제점'을 주제로 브리핑을 열고 "기록에 더해 사건 당사자의 진술 및 관련 자료들을 조사해봐야 경찰의 과잉·부실 수사 여부를 파악하고, 진범을 잡거나 억울한 피해자도 구제할 수 있다"며 검찰 보완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경찰 송치사건을 보완수사 후 처리한 사건의 비율은 30%, 최근 2년간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보완수사 등을 거쳐 불기소한 사건의 비율은 20%에 이른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은 "경찰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충실히 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지난해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검찰로서는 딱히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도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경찰의 수사에 문제가 있어도 검찰은 직접 나서지 못하고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한 반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피해자가 많은 사기 사건처럼 복잡한 사건은 증거부족으로 보완수사 요구가 무한히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건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수사지휘권을 복원시키면 되지 않냐는 지적에 김 부장은 "경찰에서 할 수 없는 말들이 검찰 단계, 재판 단계로 넘어가면서 나오는 경우가 충분히 있다"며 "그런 점을 생각하면 수사지휘권만으로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대검 형사부는 검찰이 과거 보완수사로 밝혀낸 사건 실체를 예로 들며 보완수사 폐지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검찰이 n번방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후 조주빈이 그린 조직도·텔레그램 채증영상 입수 등 보완수사 및 법리검토로 '성 착취 범죄집단'임을 확인해 추가 기소했고, 양모의 아동학대치사죄로 구속 송치된 '정인이 사건'을 의료자문위원 감정, 대검 통합심리분석,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등으로 양부의 아동학대까지 추가로 밝혀내면서 살인죄까지 적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배성훈 대검 형사부 형사1과장은 "수사가 충분히 경찰에서 이뤄졌다면 보완수사를 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가 봤을 때 미진한 수사, 억울한 부분이 보여도 사건 관계인을 불러서 물어보고 조사하고, 필요하면 자료도 받고, 계좌 추적하고, 압수수색을 하는 등 충실한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장도 "보완수사의 가능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점은 정말 크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수사 공정성을 개선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검사들이 업무 처리가 많다는 이유로 사건관계자의 모든 진술을 꼼꼼히 다 챙겨 들어줬는지 의문이 있다"며 검찰 내부에서도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가 있음을 밝혔다. 김 부장은 "대검 내에서도 (수사 공정성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지연 수사 개시 부분이라거나 수사 경과·절차에 대한 외부인의 통제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논의 중이어서 조만간 결과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수사 공정성 확보 방안은 조만간 총장님께서 발표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