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삼성전기(009150)가 애플에 PC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지난해부터 진행된 사업 재편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차세대 CPU(중앙 처리 장치) M2에 들어갈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공급사로 삼성전기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현재 M2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 맥북 등 PC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고집적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부품이다. 특히 FC-BGA는 제조 난이도가 가장 높은 고집적 반도체 패키지 기판으로 꼽히며, 고성능·고밀도 회로 연결이 필요한 CPU, GPU(그래픽 처리 장치)에 주로 쓰인다.
삼성전기는 애플이 2020년 처음 공개한 PC용 프로세서 'M1'에도 FC-BGA 기판을 공급한 바 있다.
이미혜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M1 당시에도 삼성전기가 기판을 공급했으나, 일본 이비덴, 대만 유니마이크론의 '양강 구도' 속 일부였다"며 "이번 M2는 양사의 공급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주요 공급사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기의 반도체 패키지기판.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애플향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그간 펼쳐 왔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기는 비효율·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등 사업 재편에 매진해 왔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기는 지난해 3분기 RF-PCB(경연성회로기판) 생산·판매를 중단하고, 잔여 자산을 처분했다. 삼성전기에서 RF-PCB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4277억원 규모로 전체의 5.2% 수준이었으나, 과감히 사업을 정리했다.
또 삼성전기는 2019년에도 PLP(패널레벨패키지) 사업을
삼성전자(005930)에 넘긴 데 이어 그해 말 HDI(스마트폰메인기판) 사업도 철수를 결정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한화솔루션(009830)에 와이파이(WiFi)와 5G 밀리미터웨이브(mmWave) 유기기판 안테나 모듈 관련 사업을 매각했다.
삼성전기는 이후 확보한 투자 재원을 FC-BGA에 쏟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2월 베트남에 FC-BGA 생산 설비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1조3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지난달에는 부산에 FC-BGA 공장 증축을 위해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고, 고객 수요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여겨져 생산량을 계속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미래 주력 먹거리 사업으로 패키지 기판을 언급한 부분도 일맥상통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삼성전기의 패키지 솔루션 사업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기 패키지 솔루션은 2022년에 33% 증가한 2조2101억원,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0%대에서 올해 20%대로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며 "향후 서버용 진출도 계획하고 있어 후발 업체와의 차이를 벌리고 이비덴, 신코 등의 일본 업체 레벨로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KPCA)에 따르면 FC-BGA를 포함한 올해 국내 반도체 기판 시장 규모는 5조원으로 지난해(4조2000억원)보다 약 1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