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갈등 키워드 중 하나는 '불평등'이다. 경쟁과 평등이라는 갈림길에 놓인 사회적 불평등은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수십 년간 고착해온 고질적 폐단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한 패러다임 대전환의 요구와 맞물리면서 불평등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산업, 노동, 금융, 교육 등 각 분야의 경제적 불평등은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향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역사를 통해 배웠듯, 1929년 대공황 시대에 불평등의 탈출로는 '뉴딜 정책'이었다. <뉴스토마토>는 '신 불평등 사회' 연중기획을 통해 현 시대에 당면한 한국 경제의 불평등 문제를 진단하고 갈등 아닌 공존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를 일원화해 사실상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고가주택 보유자·다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세부담 형평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세수를 수도권에 집중시켜 국토균형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시절 2020년 공시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공약했는데, 이 같은 방안은 조세불평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뉴스토마토>가 김동현 세무사(세무법인다솔)에 의뢰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1년 공시가 20억원에서 2022년 23억원으로 오른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 증가는 25만9200원에 그쳤다. 1세대 1주택 단독명의로 만 65세, 조정대상지역에 5년간 보유한 것을 가정했다. 세부담상한은 고려하지 않은 수준이다.
정부가 올해 보유세를 2021년 기준으로 적용키로 하면서다.
올해 공시가를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재산세는 780만원, 종부세는 511만2000원이다. 하지만 정부가 2021년도 공시가를 적용키로 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세액은 감소했다. 재산세는 668만4000원, 종부세는 338만4000원을 납부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납부 예정 수준보다 재산세 111만6000원, 종부세 172만8000원이 줄어 총 284만4000원이 감소한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올해 6월 1일 기준 1세대 1주택자를 대상으로, 2022년 재산세·종부세 과표 산정 시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7.22%로 집계됐는데, 이에 따른 세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전국 자산가치가 상승분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게 되면서 조세부담 형평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 교수는 "조세부담은 능력원칙과 이익원칙(편익원칙)에 따라 부과돼야 하는데 이익을 거뒀지만 마땅한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은 이러한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의 경우 경제 발전에 아무런 기여하는 바가 없는데 세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주택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등 각종 부동산 세부담 완화 대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전국 주택가격이 2020년 대비 상승한 수준을 감안한 다면 조세형평성은 더욱 침해될 수 있다.
아울러 2020년도 공시가를 적용할 경우 공시 6억원 이하 주택의 세 부담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달 23일 "재산세의 경우 2021년 수준으로 과표를 동결하더라도 특례세율의 효과로 인해 전체 주택의 93%에 해당하는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2022년 재산세가 2020년보다 더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윤석열 인수위는 지난 21일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세형평성 뿐 아니라 국토균형발전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한다는 것은 사실상 종부세를 재산세에 녹여낸다는 의미다. 종부세는 부동산을 과도하게 보유한 개인과 법인이 세금을 누진적으로 많이 내도록 설계돼 있다.
재산세는 관내 인별합산 방식으로 종부세를 매기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일례로 수원시에 집이 두 채 있는 경우에는 통합해 재산세를 부과하지만 한채는 수원에, 한채는 광명에 있는 경우 각각 계산하게 된다. 다주택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한다는 것은 결국 부동산 과다보유자들의 부담을 낮추는 것"이라며 "국토균형발전에 위배되는 것이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오히려 저해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차기 정부의 세부담 완화 기조는 문재인 정부 하에 부동산 시장 급등 이유를 과도한 규제와 세부담 탓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동산가격 폭등의 원인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규제완화의 영향이 더 큰 만큼 차기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가 향후 부동산 가격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해결하기 위해 강남 3구 외 주택투기지역 및 주택과열지구를 전부 해제했다. 재건축 소형평형의무비율(85㎡) 완화와 동시에 재건축 용적률은 300%까지 허용토록하고, 미분양 주택 구입시 양도세를 한시 감면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했다.
박근혜 정부는 주택수요를 늘리기 위한 정책으로 2014년 7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에서 70%로 늘리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에서 60%로 완화했다. 아울러 재건축과 재개발 정상화를 위해 재건축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했다. 임대주택 건설관련 조건을 최고수준으로 완화하고 분양가 상한제 자율화 정책을 도입했다.
유호림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고, 박근혜 정부에서 '빚내서 집사라'며 금융 관련 규제를 다 풀었다"며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수년에 걸쳐 올라가는데 앞선 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이 문재인 정부 기간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계속 높여왔는데 이를 윤 정부에서 다 풀겠다는 것"이라며 "집값은 상승했는데 조세부담을 완화시켜주는 것은 자산가치 상승분에 대한 세금을 안 내게 되는 상황으로 조세부담 형평성에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4일 <뉴스토마토>가 김동현 세무사(세무법인다솔)에 의뢰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1년 공시가 20억원에서 2022년 23억원으로 오른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 증가는 25만9200원에 그쳤다. 서울의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