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불평등 사회③)부동산 폭등에...가진자-못 가진자 자산 격차 심화

늘어나는 '흙수저'…점점 기울어지는 '기회'
1년 새 상위 20%, 순자산 1억6038만원↑
부의 대물림도 가속화…서울 증여 53.1% '강남' 집중

입력 : 2022-03-31 오전 6:00:00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갈등 키워드 중 하나는 '불평등'이다. 경쟁과 평등이라는 갈림길에 놓인 사회적 불평등은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수십 년간 고착해온 고질적 폐단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한 패러다임 대전환의 요구와 맞물리면서 불평등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산업, 노동, 금융, 교육 등 각 분야의 경제적 불평등은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향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역사를 통해 배웠듯, 1929년 대공황 시대에 불평등의 탈출로는 '뉴딜 정책'이었다. <뉴스토마토>는 '신 불평등 사회' 연중기획을 통해 현 시대에 당면한 한국 경제의 불평등 문제를 진단하고 갈등 아닌 공존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 금융권에 종사하는 직장인 A씨(35세)는 최근 5년 새 서울과 경기 지역의 아파트 3채 매입했다. 필요 자금은 전세 세입자 임차금과 부모님께 빌려 마련했다. 그사이 해당 아파트들은 종전 대비 약 20억여원이 올라 A씨는 수십억원의 자산가가 됐다. A씨는 평소에도 부모님 신용카드를 사용해 명품 쇼핑 등을 즐겨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 비슷한 시기 사회에 첫발을 내딘 직장인 B(36세)씨는 그야말로 흙수저다. 그의 순자산은 직장생활 7년간 어렵게 모은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이 전부다. 서울에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꿈 하나로 힘든 직장생활을 버텨온 B씨는 오를 대로 오른 서울 집값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최근에는 별도 모임에 가입해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지만 자신의 부족한 자본금이 아쉬울 뿐이다. 
 
대한민국의 부익부 빈익빈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전국에 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실물자산을 거머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간극이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로부터 이를 물려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출발선은 시작부터가 달라진 상황이다.
 
30일 <뉴스토마토>가 한국부동산원의 지난해 아파트 증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지난해 아파트 증여는 총 1만2435건에 달했다. 이 중 강남은 2503건, 송파 1767건, 서초 876건, 강동 1454건 등 고가 부동산이 몰려있는 이른바 강남4구는 총 6600건이다. 이는 서울 전체 증여의 53.1%를 차지한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가 모여있는 노원(915건), 성북(265건), 도봉(330건), 강북(84건) 등 강북4구의 증여 건수는 총 1594건으로 지난해 서울 전체 증여의 12.8%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경기와 인천의 증여 건수는 2만6133건, 6134건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충남은 3260건, 광주 1981건, 강원 1789건 등이다.
 
지난해 3월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253만원에 달한다. 이는 1년 전(4억4543만원)보다 12.8%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 증가률이다. 같은 기간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역시 3억6287만원에서 4억1452만원으로 14.2% 늘었다.
 
또 지난해 순자산 상위 20%(5분위)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12억8519만원인 반면, 순자산 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1024만원에 그쳤다. 순자산 불평등 정도를 볼 수 있는 '순자산 5분위 배율(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을 하위 20%의 평균 순자산으로 나눈값)'은 125.5배에 달했다.
 
순자산 상위 20%와 하위 20%의 순자산 격차 역시 12억7495만원으로 1년 전(11억1806만 원)보다 1억5689만원 더 벌어졌다.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은 1년 사이 1억6038만원 늘어난 데 비해 하위 20%는 349만원 증가한 결과다.
 
가계의 자산구성을 보면 전체 자산 중 금융자산은 22.5%(1억1319만원)에 불과했지만, 실물자산은 77.5%(3억8934만원)로 쏠림 현상이 명확했다. 1년 새 실물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73.0%로 1.3% 포인트 커졌다.
 
이러한 현상은 자산이 많은 계층일수록 더 심했다. 순자산 하위 20%의 경우 전체 평균 자산 4039만원 중 부동산 자산(1191만원) 비중은 29.4%인 반면, 상위 20%의 부동산 자산(11억6971만원) 비중은 78.7%에 달했다. 부동산 소유 여부가 계층을 갈랐다고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자산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계층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동산에 낀 거품은 반드시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에 임금상승률을 더한다고 하더라도 지난 5년간 적게는 100%에서 많게는 200%까지 너무도 비정상적으로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 당장 가격을 하락시키거나 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 우하향을 유도하거나 방법은 두 가지"라며 "다만 부동산에 대한 정책적 방향은 새 정부에서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 경기 등 고가 부동산이 몰려있는 지역일수록 부모 세대가 일군 부를 자식들에게 대물림하면서 '부의 세습'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모의 재력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지는 기회의 불공정, 부의 대물림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할 때"라며 "우리 사회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조속히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한국부동산원의 지난해 아파트 증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지난해 아파트 증여는 총 1만2435건에 달했다. 사진은 서울 도심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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