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냐는 의혹에 "중재안의 '중' 자도 들어본 적 없고, (박 의장이) 언급한 적도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 사직서를 제출한 뒤 특별한 입장 표명없이 떠난 김 총장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총장이 중재안에 대한 언질을 미리 받은 것이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오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김 총장은 "중재안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검찰 구성원에게 자신은 떠나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금요일(22일) 10시경, 국회의장 면담 다음날이다, 출근해서 우리 간부들과 회의하는 과정에 언론에서 국회 의장의 중재안 속보가 떠 처음 알았다"며 "(박 의장이) 면담 과정에서 중재안이나 여야 협의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말씀하지 않았다. 전혀 그런 내용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이 국회 중재안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혹은 지난 22일 오전 8시50분께 출근길에서 한 김 총장의 발언 때문에 제기됐다. 당시 김 총장은 대검 출근길에서 만난 취재진에 "대한민국을 위해서 필요한 권력수사는 해야 하는 것이고, 국민들이, 또 국회에서, 여론에서 원하지 않는 권력수사는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김 총장의 출근길 발언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는 국회나 여론이 부정적이면 권력수사를 하지 않을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총장은 "수사심의위원회의 대상을 확대하고 신청권자를 확대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인데 하필이면 (자신의 발언 직후) 중재안이 나오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사심의위 심의 대상은 구속 여부·기소 여부·수사 계속 진행 여부·수사 정당성까지였는데, 지난 21일 발표한 자체 개혁안에서 이를 수사 착수여부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을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엔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권을 국회 법사위원장, 법무부 장관, 대한변협회장까지 확대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김 총장은 "국회에 검사 등 직원들도 가 있어 (중재안에 대해) 확인 해봤는데 전혀 그런 내용을 몰랐다고 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무능하다 하셔도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직서를 내는 건 도망가는 것이라는 내부 지적에 김 총장은 "저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부분을 말씀드린다"며 자신으로서는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나머지 구성원들은 마지막까지 힘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총장은 "저는 이미 지난 4월 중순 경에 사표를 낸 바 있고, 그러고 나서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검찰 구성원의 분노와 좌절감이 대검으로 향할 수밖에 없고, 대검에서도 그 정점인 저에게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그분들을 대표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22일 사표를 제출한 전국 6대 고검장과 대검 차장검사에 "사표라고 하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지만 국민을 위해 사직을 하시는 것은 말리고 싶다"며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본연의 일을 열심히 수행하며 끝까지 설득도 하고 홍보도 하고 간청도 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