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국민의힘은 2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으로 불리는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야 합의 파기를 결정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 22일 각각 의원총회를 소집해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키로 한 바 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야의 재논의를 사실상 주문하면서 국민의힘 기류도 급변했다. 여야 합의문에 서명한 권성동 원내대표로서는 취임 후 첫 성과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입지 또한 상당히 흔들리게 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에 대한 여야 간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대표는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재안에 '공직선거·공직자 범죄'에 대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에 국민들의 많은 우려를 확인했다"며 "그것을 바탕으로 재논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오늘 최고위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원래 부패·경제·선거·공직자 범죄 4개를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으로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었는데, 민주당에서 그렇게 하긴 어렵다고 해서 2개 범죄를 제외하는 것으로 했다”며 "당장 6월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수사받기 싫어서 짬짜미(담합) 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많다. 민주당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재논의에 응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부패한 공직자에 대한 수사나 선거 관련 수사권을 검찰에게서 박탈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국회가 더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 공청회와 함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권 원내대표도 "공직자 범죄와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빠진 부분에 대해 국민들의 우려와 지적이 있었다"며 여야의 재논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앞서 전날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개혁 중재안에 대해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이라며 "최고위원회를 통해 추진 여부를 재논의하겠다"고 언급, 제동을 걸었다. 당대표가 의원총회 추인을 거친 원내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권성동 원내대표와의 충돌이 표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앞서 이 대표는 20대 대선과정에서 권 원내대표를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지칭,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도 검찰개혁 중재안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정치권 전체가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일지 깊게 고민하고 정치권의 중지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헌법정신을 크게 위배하는 것이고 국가나 정부가 헌법정신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검찰총장 사퇴 때 말씀하신 것과 (당선인의)생각이 전혀 변함이 없다"며 윤 당선인의 의중을 보다 명확히 드러냈다.
한편 지난 22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찰개혁 중재안에 대해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이를 수용키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이 단 사흘 만에 여야 합의를 뒤집자 민주당은 원안 강행추진으로 맞서는 등 정국은 또 다시 검수완박을 놓고 극한대치를 이어가게 됐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