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소형 자동차 대신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생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신차 체급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부품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차량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은 A세그먼트(초소형차)를 대표하는 '업(UP)'의 후속 모델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아우디 역시 B세그먼트(소형차) 'A1'과 소형 크로스오버 'Q2'의 단종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도요타와 혼다 역시 B세그먼트 모델 '야리스'와 '피트'를 더는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아 스토닉. (사진=기아)
수년 전부터 수익성이 낮은 소형 세단, 해치백 생산을 줄이면서 고급차 비중을 확대하는 완성차 업체의 전략 변화로 점차 소형차가 줄어들고 있으며,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자동차 부품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자동차 원가가 올라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국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내수 판매량은 2016년 10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2020년 19만2464대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12만1711대로 급감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 사태로 판매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을 수익성이 높은 차종을 생산하는 전략으로 상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부품 가격 상승은 이어져 당분간 차량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중대형 차량 생산으로 수익성을 지키는 데 성공한 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원은 "올해도 공급자 우위의 시장 상황이 계속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차량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은 커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일부 지역 판매량 감소와 공급망 변화 등의 불확실성이 커져 자동차 브랜드들의 수익성 방어 전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1년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분석'에 따르면 평균 신차 판매 가격은 4420만원을 기록했다. 국내 자동차 가격이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은 판매 대수(173만5000대) 기준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차량의 전반적 고가화와 수요의 고급화가 심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도 차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2025년 발효 예정인 'Euro-7' 환경 기준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최신 내연기관차도 충족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의 차종에서 파워트레인 전동화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