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를 옥죄던 영업제한이 모두 풀리며 사회 전반이 제자리로 분주히 돌아가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코로나19의 그늘이 드리운 곳들이 있다. 아직까지 존재하는 코로나19 관련 제도들로 인해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업종들이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상흔이 깊어져 원상 복구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돼 당장 본래의 모습을 찾지 못하는 곳도 있다. 영업제한 해제로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시점에도 여전히 소리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앓고 있는 분야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하늘길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대형 여행사의 해외여행 상품이 완판되는 등 여행업계가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중소여행사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자본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여행사들은 대형 여행사와 달리 날짜 미확정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여행상품을 판매하기 쉽지 않은 데다 마케팅을 크게 진행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겨우 폐업을 면한 이들은 과감한 투자를 꿈꿀 수도 없다.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출국자들이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중소여행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용에 민감한 만큼 한국 입국 전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대한 부담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PCR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으로 확인되면 이국 땅에서 의료비와 숙박비 등 막대한 부대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소여행사들은 입국 전 PCR 검사가 가장 큰 허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해외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입국자는 48시간 전 받은 코로나19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고, 입국 후에도 1일차에는 PCR 검사, 6~7일차에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PCR 검사비용이 만만치 않다. 신속항원검사에 비해 PCR 검사 비용이 훨씬 비싼데 다 해외의 경우 환율 등을 고려하면 더 비용이 커진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PCR 검사비용은 1회당 12만원인데, 해외 주요공항의 경우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자가격리도 모두에게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백신접종에 따라 자기격리에 대한 기준이 달라진다. 2차 접종 후 14일이 경과하고 180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2차 접종 후 180일이 지났다면 3차 접종을 해야 인정받는다. 의학적인 문제로 백신 접종을 하지 못했거나 접종 연령에 해당하지 않아 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강순영 대한중소여행사연대 대표는 “여행업계는 이제 지원도 끊어졌고 대출도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현재 항공편이 50%만 운항하고 있어 7월 이후나 자리가 날 것 같아 7월 대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입국 전 PCR 검사를 안내하자마자 고객들이 예약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여행사들은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국내여행에 대한 문의는 있으나 해외여행에 대한 문의는 하루 1건 정도인 수준”이라며 “손님들 대부분이 서민층이라 해외 확진 시 의료비와 격리 비용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내년은 지나야 중소여행사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외여행이 발목을 잡히면서 중소여행사 운영자들 가운데는 생계형 아르바이트나 투잡을 병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늘길이 그나마 조금 열렸지만 본업인 여행업에 다시 전념하기에는 여전히 예약 건수가 턱없이 부족해 임시대책으로 구한 생계형 일자리를 여전히 놓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