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우리은행 본점에서 6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우리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쟁점이지만, 횡령이 벌어지는 동안 금감원이 10여 차례 우리은행을 검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횡령을 적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일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금감원에서도 계속 금융사에 현장 검사를 나가고 했을텐데 우리은행 직원이 작정하고 저지른 범죄라 사전 적발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렇게 오랜 기간 범죄 가능성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금감원 감독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금융사 안에서 자체적인 감시·감독 시스템이 작동되고 실패했을 때 주주나 외부에서 충분한 페널티가 주어져야 자정 능력이 생기는 것인데 지금은 그런 부분들이 마비된 것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이 이뤄졌던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은행에 대해 일반은행검사국, 기획검사국, 은행리스크업무실, 외환감독국, 금융서비스개선국, 연금금융실 등을 동원해 총 11차례의 종합·부문검사를 실시했지만 횡령 정황을 잡아내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리은행은 2013년 종합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민영화와 매각설로 미뤄진 후 2014년 검사 범위가 축소된 종합 실태평가만 받았다. 2016년과 2018년에도 종합검사가 아닌 경영실태 평가를 받았는데 이 때도 범죄 가능성을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금융 감독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정은보 원장 취임 후 폐지된 종합검사에 대해서도 그 기능과 적절성을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 교수는 "종합검사를 면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검사 횟수만 많이 하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겠지만, 은행들의 부담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 면밀하게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종합검사를 없애려고 했다면 금융사의 실제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상황 속에서 진행했어야 하는데 그게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없애버리다 보니 성급한 판단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합검사 자체를 꼭 해야 한다든가 아니면 일방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금융사가 얼마나 자율적으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유인책을 갖고 있는지를 잘 살핀 후 이와 연계해 종합검사를 어떤 식으로 유지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에서 열린 FSS SPEAKS 2022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