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의 별세로 위안부 피해자가 11명만 남은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시민단체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은 4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근처에서 1542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하지만 원활한 시위 진행이 불가능했다. 같은 시간 근처에서 친일성향 단체들이 맞불시위를 벌이면서다.
수요시위 측은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1일 김양주 할머니가 별세했다"며 김 할머니를 추모하는 참석자들의 묵념을 시작으로 시위를 개최했다. 이와 동시에 반대 단체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가 바로 옆 인도에서 발언을 시작했다.
이에 수요시위를 주최하는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선 수요시위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역사적 의미와 그 가치를 인정하고 경찰에게 수요시위를 공정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하라고 권고했다"면서 "종로경찰서에 시위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반대단체들의 소음조절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오늘 오전에 김양주 할머니의 발인이 진행됐는데 할머니께 편히 가시라는 간절한 말씀을 드리면서도 주변이 이렇게 시끄럽듯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소음으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단체도 있었다. 경찰은 이날 트럭위에 스퍼커 3대를 설치하고 시위를 한 반대 단체 자유연대에게 스피커 음량을 낮추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에게 "스피커를 의도적으로 다른 장소를 향해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는 집회 방해로 판단될 수 있다"며 "스피커 이용을 계속하면 질서문란 행위로 해산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총장은 경찰에게 "소음을 키우려는 것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소녀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단체 간 갈등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해제로 집회가 재개된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반대 단체들이 시위 관할인 종로경찰서 앞에서 밤샘 대기를 하는 등 1순위로 집회 장소를 신고하면서, 정의연은 매주 빈 곳을 찾아 수요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편, 이날 단체들의 맞불시위가 오후 12시부터 1시간동안 진행되자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들도 고통을 호소했다. 직장인들은 시위공간을 빠져나가면서 인상을 쓰거나 귀를 막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정의연이 4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1542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사진은 지난 1일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를 추모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