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5년)문제는 '다음'…허덕이는 인물난

5년 만에 정권 내줘, 정권교체 10년 주기설 깨져…'다음'도 없어
안희정·박원순 '미투'로 무너져…이낙연·정세균·김경수도 정계은퇴 기로
남은 건 이재명 하나…강한 비호감에 확장성 부재는 한계

입력 : 2022-05-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문재인정부는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 문민정부 이후 이어져 오던 10년 정권교체 주기마저 깨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특히 촛불민심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지방선거와 총선까지 내리 압승했다는 면에서 보면 대선 패배는 너무나도 뼈아프다.
 
더 큰 문제는 '다음'이다. 기약이 없다. 당장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인물난에 허덕였다. 서울시장 후보는 계파 갈등까지 벌인 끝에 돌고 돌아 송영길 전 대표가 됐고, 부산시장 선거는 김영춘 전 의원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자 패닉에 빠졌다. 여타 지역도 사정은 비슷했다. 충북은 부동산 실패 책임에도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공천장을 줬다. 조직력이 강하다는 것과 함께 인물 부재에 따른 차선책이었다. 강원은 또 다시 이광재 의원에게 손을 내밀어야 했다. 
 
급기야 이재명 상임고문까지 불러들였다. 그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격시켜 패배 기색이 짙어진 선거 흐름을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외통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천 계양을은 송 전 대표가 5선을 지내는 등 민주당 세가 강해 이 고문의 승리가 점쳐진다. 다만 나홀로 생환은 의미가 없다. 특히 경기지사와 인천시장마저 국민의힘에 빼앗기게 되면 이 고문의 득표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를 계기로 당권투쟁이 격화될 경우 민주당은 또 다시 집안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2017년 5월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19대 대선 개표방송에 참석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문재인 당선인,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차기 주자들을 키워내지 못했다. 이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국민의힘은 5년 전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로 국민에게 버림을 받아 사정이 다르다. 민주당이 처음부터 인물난에 시달렸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차기를 기약할 주자들이 넘쳤다. 가장 기대됐던 이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다. 친노 적자의 상징성과 충청권 대표주자, 여성과 노년층을 흔들 파괴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단단한 후보군 중 한 명이었다. 대한민국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상징성에 소탈하고 대중적인 이미지, 사상 첫 민선 3선 서울시장 등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이력을 갖췄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성추문 끝에 사라졌다. 
 
문 대통령 측이 내심 기대를 걸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는 순간 쓰러졌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맞대결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으며 내로남불의 상징이 됐다. 한때 그에게 환호했던 청년세대는 그의 언행이 다름에 분노했고, 환호했던 그 순간을 부끄러워하며 그에게 돌을 던졌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역대 최장수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도 차기 주자로 주목을 받았지만 확장력의 한계만 보인 끝에 정계 은퇴 기로에 직면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마찬가지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차기 주자 반열에 올랐지만 드루킹과 함께 수감 생활을 져야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남은 인물이 사실상 이재명 고문 하나 밖에 없는 실정이 됐다. 이마저도 문 대통령을 비롯한 친문과의 악연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기약했던 다음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지난 대선이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권 탈환에 대한 확신은 흐릿해지기만 한다. 역대 대선 최소 격차(0.73%포인트)에서 나타나듯 표의 응집성은 확인됐지만 확장성에 있어 문제를 드러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 만족하며 진영대결에게만 기댈 경우 민주당의 재집권은 기약하기 어렵게 된다. 
 
게다가 남은 유일한 주자인 이재명 고문이 당선 가능성에만 기대 안방인 성남 분당갑 대신 인천 계양을에 출격하는 것은 명분싸움에 지는 것과도 같아 위험천만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당장 국민의힘은 건국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자부하던 대장동이 있는 분당갑 대신 계양을로 향하는 것은 조여오는 검경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방탄복' 차원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내며 그 실적으로 집권여당 대선후보에 올랐던 이 고문으로서는 피하기 어려운 지적임에 틀림 없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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