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퇴임 연설 "촛불 열망에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종합)

"위대한 국민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평범한 시민 삶으로 돌아간다"
"평화의 한반도 시대, 의지만으로 힘들었다…비핵화·평화 제도화 노력 지속되길"
새 정부 향해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진정한 성공의 길로 전진"

입력 : 2022-05-09 오전 11:48:38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퇴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임기 마지막 연설에서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된 퇴임 연설에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질서가 무너졌을 때 우리 국민은 가장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그리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탄핵이라는 적법절차에 따라 정부를 교체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의 염원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자 동력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는다. 이제 평범한 시민의 삶으로 돌아가 국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며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응원하겠다"며 임기 5년 간의 소회를 전했다. 문 대통령의 퇴임사에는 재임 5년간 이룬 성과에 대해 국민들에게 감사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다만 부동산 문제 등 정책 실패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5년은 국민과 함께 격동하는 세계사의 한복판에서 연속되는 국가적 위기를 헤쳐온 시기였다"며 "힘들었지만 우리 국민들은 위기 앞에 하나가 되어주셨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졌고, 더 큰 도약을 이뤘다"며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며, 선도국가가 되었다. 저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것이 더 없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문제와 관련해 "임기 초부터 고조되던 한반도의 전쟁위기 상황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고 평가하면서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탓 만은 아니었다. 우리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평화는 우리에게 생존의 조건이고, 번영의 조건"이라며 "남북 간에 대화 재개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우리는 소재·부품·장비 자립의 기회로 삼았고,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퇴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동안 있었던 많은 자랑스러운 일들이 대부분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다"며 "그야말로 위기에 강단 대한민국의 저력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함께 코로나 위기를 겪고 보니, 대한민국은 뜻밖에 세계에서 앞서가는 방역 모범국가였다"며 "선진국의 방역과 의료 수준을 부러워했었는데, 막상 위기를 겪어보니 우리가 제일 잘하는 편이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경제, 수출, 디지털, 혁신, 방역, 보건의료, 문화, 군사력, 방산, 기후위기 대응, 외교와 국제협력 등 많은 분야에서 선도국가가 되어 있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한국은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했고,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로 크게 성장했다"며 "한국의 한류 문화는 전 세계가 코로나로 고통받을 때 더욱 돋보였고, 세계인들에게 위로를 주었다"고 했다. 또 "우리 정부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선언한 한국판 뉴딜은 한국을 디지털과 혁신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강국으로 각인시켰고, 그린 뉴딜과 탄소중립 선언은 기후위기 대응과 국제협력에서 한국을 선도국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 주역은 단연 우리 국민"이라며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부러움을 받는, 그야말로 '위대한 국민의 나라'다. 우리 모두 위대한 국민으로서 높아진 우리의 국격에 당당하게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 성공하는 대한민국 역사에 동행하게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위대한 국민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정부를 향해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며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바랐다. 특히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과 효창공원 독립유공자 묘역을 참배한 뒤 청와대 본관으로 돌아와 퇴임 연설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을 접견하는 등 외교 일정을 소화한다. 이후 오후 6시 청와대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청와대를 걸어나와 임기 마지막 퇴근길에 나선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퇴임 연설을 마친 뒤 본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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