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대통령 후보시절 윤 당선인이 공언한 노동 공약들이 대거 삭제됐다고 지적하면서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지적하면서 "지난 3일 발표된 새정부의 국정과제를 보면 그동안 노동자와 민중 진영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반노동 정책이며 한반도의 대결국면 악화를 가져올 반평화 정책의 집대성으로 평가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정부는 이제라도 눈과 귀를 열어 노동자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자세로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발표된 인수위의 110대 국정과제 내용에 따르면 고용부를 주관으로 한 윤 당선인의 노동정책 약속은 △산업재해 예방 강화 및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지원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및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 △노사 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동시장 구축 등 총 7가지다.
모두발언자로 나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인수위가 110개의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해산했는데 살펴보면 곳곳이 모순이고 시대착오적이다. 성평등이 아니라 양성평등을 얘기하고 핵발전을 추진하며 기후위기의 대안이라 억지를 부리고 있다.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강군육성을 주장하며 한반도 평화를 말한다. 하나하나 가치와 철학이 없이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방향설정 자체가 잘못된 국정과제를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며 "검찰을 동원해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구속하고 노동자들의 입막기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얘기를 듣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민주노총 산별노조·연맹들도 윤 당선인의 국정과제에 대해 비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윤석열정부 국정과제'에선 '노동'이 23차례 등장하는 반면, '기업'은 166차례 적시됐다"며 "이미 기울어져 있는 노사-노정관계의 운동장이 윤 정부에 들어 더욱 가파르게 기울 것이란 우려는 그저 쓸데없는 걱정이 아니"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맹도 "윤 당선인은 중대재해가 멈추지 않는 건설현장의 안전을 위한 국가차원의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알바가 아니니 재해발생 가해자에게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건설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윤 정부가 제대로 된 계획을 수립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자 간 차별을 줄이는 대책이 수립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파업에 나설 것도 예고했다. 민주일반연맹은 "날로 심화되는 불평등 차별세상의 핵심은 비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국정과제에선 비정규직의 '비'자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달 안까지 윤석열 정부가 비정규직 차별철폐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6월을 시작으로 4만5000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총파업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새정부 출범 이후에도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대규모 집회로 대응한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대선 직후에 인수위의 대화 요구를 한 바 있고 오늘까지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받았다"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수석부위원장을 구속한 것처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것에 주목한다면 민주노총은 생산을 멈추고 거리로 나서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오는 7월2일 노동자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노동자 대회를 통해 비정규직의 문제, 차별 없는 노동권, 질 좋은 일자리의 문제, 그리고 최저임금의 문제를 정부에 요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두고 민주노총이 대통령 후보시절 윤 당선인이 공언한 노동 공약들이 대거 삭제됐다며 9일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