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집무를 시작했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MB정부', '검찰정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내각을 비롯해 대통령실 주요 인선이 이명박정부와 검찰 출신으로 채워지면서다.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를, 외교안보에서는 한미일 3각동맹을 바탕으로 대북 강경책에 무게를 싣는 등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적으로 MB정부 기조의 답습이 예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식을 열고 20대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했다. 이에 청와대는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일반 국민에 개방됐다. (사진=뉴시스)
우선 대통령 비서실을 뜯어보면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1차장, 최영범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이 대표적 MB계로 분류된다.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MB정부에서 각각 정책실장과 외교통상부 차관을 지냈다. MB계는 윤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영향력을 발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해 장제원, 윤한홍 의원 등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불렸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MB계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MB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따라 SD계로 불렸다. '윤심'을 무기로 유승민 전 의원을 꺾고 경기지사 후보로 나서게 된 김은혜 후보는 MB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MB계 중용은 정치신인이었던 윤 대통령으로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냈으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마찰이 본격화되면서 당시 여권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 내 윤석열 라인들을 숙청했고, 당시 검찰총장인 윤 대통령을 징계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했으며 이후 정계 입문과 함께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반문의 정점에 서게 된 윤 대통령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인 이들도, 국민의힘 조기 합류를 설득한 이들도 MB계였다. 당내 기반이 약한 윤 대통령은 이들의 도움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2019년 1월16일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4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MB정부가 실패한 노선까지 답습하려 한다는 데 있다. MB정부는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주의를 표방하고 외교안보적으로는 대북 강경책과 함께 일본에 대해 '과거에 얾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극심한 빈부 격차, 일자리 감소에 따른 실업난, 균형발전 후퇴, 북한과의 관계 악화 등을 초래했다. 바라던 일본과의 관계회복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말 한국 대통령 최초로 독도를 방문하면서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드 추가 배치와 함께 대북 선제타격 발언을 해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이를 뒷받침하듯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7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 도발에 대한 근본적 대책과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실질적 억제력을 갖출 것"이라며 강경대응 기조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노동계보다 재계와의 접점을 넓히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제 임기 중 첫째 정책방향은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푸는 것"이라며 규제완화를 약속했다. 대선 때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중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 항목을 폐기해야 한다면서 MB의 4대강 보 사업 계승 의지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검찰 내 최측근인 한동훈 전 검사장을 내정한 것을 시작으로 대통령실 요직에도 검찰 출신으로 채웠다. 인사수석비서관을 대신해 신설된 인사기획관에는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인사기획관실 산하 인사비서관에는 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가 임명됐다. 대통령실 살림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에는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이, 법률비서관에는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이, 부속실장에는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이 보임됐다.
이에 따라 검찰공화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다. 먼저 민정수석실 폐지에 따른 사정기관 통제와 인사검증 라인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검찰 출신이 장악하게 됐다. 부속실장에 강 전 비서관을 임명한 건 대통령 일정과 메시지, 배우자 관련 사항,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서 등을 종합하는 일명 문고리 권력을 윤석열 사단에게 쥐어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