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자영업자…손실보상 후퇴에도 민주당 침묵만

윤 대통령, 일괄지급에서 차등지급으로…소급적용도 없던 일로
민주당, 전선 구축 절호의 기회지만 제대로 된 비판 없어…인사청문·지방선거에만 몰두

입력 : 2022-05-10 오후 4:55:20
지난 6일 점심시간 즈음 서울 명동에서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50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 600만원(총액 1000만원)을 일괄지급하고 소급적용까지 적용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손실보상 공약이 크게 후퇴한 가운데, 민주당이 큰 반발 없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수완박에 이어 인사청문, 지방선거에만 몰두하면서 자신의 대선 공약 또한 잊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더해졌다. 
 
새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만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기존 약속과는 결이 다른 소상공인 손실보상 및 피해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피해지원금 지급을 비롯해 △법정 손실보상제 강화 △소상공인 금융구조 패키지 지원 △소상공인 세제·세정 지원 강화를 언급했지만, 소상공인이 가장 바라는 피해지원금의 경우 지원 규모와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개별 업체의 규모 △피해 정도 △업종별 피해 등의 기준을 종합 고려해 지원금을 차등하겠다고 밝혀 기존 600만원 일괄지급과 차이를 뒀고, 소급적용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여기에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어느 정도 형편이 괜찮으신 분은 돈을 받으면 소고기를 사서 드신다"는 발언이 소상공인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의 강제적 방역조치에 순응하며 피해를 감수했던 자영업들과 소상공인들은 윤 대통령의 공약 후퇴에 가슴을 쳐야만 했다. 뿔난 소상공인연합회는 "600만원 이상 일괄지급을 기대해온 상황에서 차등지급 안이 발표됐다"며 "현 정부의 지원안보다 퇴행한 것"이라고 약속 불이행을 거세게 비판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 눈치도 살피지 않고 강한 수위로 이의를 제기할 만큼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컸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논란이 커지자 인수위는 "윤석열 당선인은 올해 문재인정부가 추경을 통해 이미 지원을 하기로 한 16조9000억원을 제외한 33조1000억원 이상(33조1000억원+α)을 취임 즉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사용할 것"이라며 "취임 즉시 모든 소상공인에게 민주당이 약속했던 '한 곳당 300만원'보다 많은 액수를 지급하고, 일부 소상공인은 1000만원 이상 지원받을 수도 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액수가 피해지원금만 한정한 것인지, 피해지원금과 손실보상금 등 모든 지원 방안을 더한 총액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 여전히 차등지원 방침을 명확히 해 논란은 계속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공약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검수완박에 이어 인사청문회에 집중하느라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달 인수위 발표 직후 "당선 즉시 1000만원을 준다는 윤 당선인의 말을 정면 파기하는 셈"이라고 꼬집고, 이수진·오영환 원내대변인이 공약 파기라고 브리핑을 연 정도다.
 
'온전한 손실보상'은 대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재명 상임고문도 약속한 부분이다. 이 고문은 2월 TV토론에서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부담을 많이 졌다. 국가가 개인에게 떠넘긴 부담을 책임져야 하므로 그간의 손실을 모두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이전만 해도 민생을 중심에 놓았지만, 이제 와 거리를 두는 행보는 자기부정과 같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온전한 손실보상은 여야 모두 대선 이전에 약속한 부분"이라며 "새정부가 1호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더 강도 높게 비판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지금 문제인식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점심시간 즈음 서울 명동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청문회 등 다른 비판거리가 워낙 많다 보니 부각이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어차피 국회 인준 등 민주당의 허락이 있어야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금의 보상 논란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보다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보상 문제는 결국 포퓰리즘이냐는 비판과도 연결된다"며 "문재인정부가 여러 포퓰리즘 논란을 낳은 전례가 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앞으로 나서기 전에 이러한 부담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당 핵심 인사들은 다시 소상공인 보상 문제 공론화에 나섰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약속을 지켜주십시오"라며 "온전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비롯해 대통령께서 국민들께 한 공약들이 파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고,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집무실 이전에는 수백억원을 쏟아부으면서 소상공인 손실보상에는 짠돌이 행세를 한다"며 "'재난지원금 줬더니 소고기 사먹더라'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소상공인을 비롯한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망신주기는 그들의 본질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고 비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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