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던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보유 채권의 손실 폭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속되는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 여파로 전문가들은 2분기에도 증권업이 활기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메리츠증권이 타증권사 대비 호실적을 시현하면서 향후 증권사의 사업방향 재편에 따른 반등 가능성은 긍정적 요소로 읽힌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대부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008560)만이 호실적을 발표했다. 메리츠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32.4% 증가한 376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표=뉴스토마토)
부진한 실적 발표와 함께 증시 불안이 이어지면서 주가도 폭락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증권주는 부진한 증시 환경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화투자증권은 36.93%로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키움증권은 19.81% 하락했다. NH투자증권(-18.40%), SK증권(-17.70%), 유안타증권(-16.54%), 삼성증권(-15.81%)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호실적을 기록한 메리츠증권은 유일하게 12.82%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오는 2분기와 3분기에도 증권업이 활기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데, 금리 상승은 증권사의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증권사들이 가지고 있는 대규모 채권의 평가 손실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증권사들의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확연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고, 이런 상황은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고강도 통화 긴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주가 조정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도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싸다고 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뚫고 갈 모멘텀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도 "금리 충격 및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익 악화 부담이 1분기 대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의 감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의미 있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