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전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자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장은 자동차 전기장치의 줄임말로 최근에는 자동차의 엔진, 오디오, 텔레매틱스 등에 사용되는 일렉트로닉 시스템부터 전기차 파워트레인까지 범용적으로 쓰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같은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 하만 부문은 지난 2월 독일의 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아포스테라(Apostera)'를 인수했다. 2017년 설립된 아포스테라는 자동차용 헤드업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업체 등에 AR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아포스테라의 솔루션은 하만의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운전 공간)에 적용되면서 하만의 전장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만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전기차 EQS에도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5G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5G TCU(차량용 통신 장비)를 지난해 출시된 BMW의 럭셔리 SUV 전기차 '아이엑스(iX)'에 업계 최초로 납품한 바 있다.
김진경 LG전자 SIC센터장 상무(왼쪽)가 프랭크 주트너(Frank Juettner) TUV 라인란드 코리아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도 최근 독일 시험 인증 전문기관 TUV 라인란드(TÜV Rheinland)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ISO 26262' 인증을 받아내면서 차량용 반도체 설계, 구현, 검증 등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기술을 확보했다. ISO 26262는 ISO(국제표준화기구)가 차량에 탑재되는 전기·전자 장치의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한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표준규격이다.
LG전자는 이번 인증 획득으로 전자제어장치(ECU, Electronic Control Unit),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Micro Controller Unit), 전력관리반도체(PMIC, Power Management Integrated Circuit)와 같은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하게 됐다.
양사의 노력은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LMC 글로벌 프로덕션 포어캐스트(LMC Global Production Forecast)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2020년 대비 1%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장 사업 환경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삼성전자 하만 부문은 지난해 6000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200억원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자동차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전환 등에 힘입어 전장 사업은 활기를 띠고 있는 셈이다.
올해 자동차 생산량은 2021년 대비 1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 하만 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본부의 지난해 매출은 7조193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조4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호조세다. 1분기 매출은 1조8776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달성했다. 다만 1분기 영업손실은 6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488억원 영업손실을 거둔 것보다는 개선된 모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전장 사업은 전년 대비 매출과 손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번 1분기 실적도 영업이익이 거의 BEP(손익분기점)에 근접했다"며 "다만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이슈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이 되고 있고 전쟁과 코로나 등 해외 이슈들이 있어서 매출과 원가 변동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와 리서치앤드마켓, 그랜드뷰리서치 등에 따르면 전세계 전장 사업 시장 규모는 2024년에 4000억달러(약 513조원), 2028년에 7000억달러(약 898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