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재데뷔하는 기분이랄까요. 공백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어요.”
데뷔 23년차 가수 이수영이 10집 '소리(SORY)'로 돌아왔다. 2009년 발매한 정규 9집 '대즐(DAZZLE)' 이후 무려 13년 만의 정규 앨범. 17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요즘 같은 때 정규 앨범을 낸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안다. 관심 가져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살아온 많은 이들은 '발라드 여제'인 그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1999년 1집 '아이 빌리브'로 데뷔했다. '휠릴리', '스치듯 안녕' '라라라' 등의 히트곡을 냈다. KBS 2TV '그저 바라보다가' 등에 출연하는 연기자로도 나섰고, 입담도 좋아 예능도 종횡무진했다. 하지만 2010년 결혼 이후 활동이 뜸했다.
“13년 동안 가수를 그만둘까 생각을 안 해봤을까요? 그런데 기회라는 게 항상 있지는 않았어요. 지난 5년간 착실하게 적금을 준비하면서 버텼고 3개를 깼어요. 3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어요.”
13년 만의 정규 10집 '소리(SORY)'로 돌아온 데뷔 23년차 가수 이수영. 사진=뉴에라프로젝트
앨범에는 총 8개의 발라드 트랙이 실렸다.
타이틀곡 '천왕성'은 동양풍 반주에 애절한 목소리로 기존 '오리엔탈 발라드' 장르의 명맥을 따르는 곡이다. 태양처럼 특별한 존재로부터 사랑받고 싶지만, 멀찍이 떨어져 찰나의 순간에만 닿게 되는 애절함을 천왕성에 빗댔다.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멋과 우리 가락이 느껴지는 8분의 6박자 구성, 서양악기와의 조화로운 편곡에 이수영의 애틋한 음색을 더했다.
이 외에도 약속을 상징하는 무지개를 중심으로 묘사한 '작은 빗방울이 네 손끝에', 지난날을 잊고 싶지만 놓고 싶지도 않은 마음의 이중성을 혓바늘에 빗댄 '덧', 스스로 외톨이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본질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방문을 닫고' 등이 음반에 실렸다.
앞서 이수영의 리메이크 앨범 '마스크(Masque)'와 'No.21'에 참여했던 프로듀서 권영찬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홍준호, 신석철, 나원주 등 국내 세션들이 힘을 보탰다. 권순관, 정동환, 헨(HEN), 이진아, 김희원, Mogwa.c, 프롬, 박인영 등 후배 뮤지션들도 도움을 보탰다.
앨범 두 곡에 참여한 김이나는 "20대에 한 번쯤 서러운 이별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었을까, 이수영은 그런 모두의 목소리였다"며 "이제는 이별만 아니라 삶 전반에 대한 노래를 들려달라"고 소개글에 적었다.
"노래는 절 숨쉬게 하는 행복이더라고요. 녹음실에 들어가 목을 푸는데 피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피가 순환되는 느낌이었어요. 싸이, 임창정 씨 등 동시대 함께 했던 분들이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고 힘이 됐어요. 저도 콘서트를 열고 싶어요."
박경림(왼쪽)과 이수영. 사진=뉴에라프로젝트
이번 앨범 제목 ‘소리(SORY)’에는 팬들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려준 음악 팬들에 대한 '미안함(Sorry)’을 이야기(Story)에 담아 목소리(Voice)로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그는 "팬들이 '10대 때부터 기다렸는데 벌써 서른이 다 됐다', '군대에서부터 기다렸는데 어느덧 애 아빠가 됐다'고 했다"며 “실물 CD로 들려줄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 예전에는 음반만 내면 선 주문이 10만 장씩 들어왔는데 CD를 이렇게 안 사는 줄 몰랐다. 이번에는 1000장만 찍었다”고 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첫인사로 '반갑습니다'라고 다섯 음절을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눈물이 난다. 갱년기인가 보다"라며 하자 간담회 사회를 맡은 친구 박경림이 '기쁜 날'이라며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동료 가수들, 후배들을 믿고 잘 따라서 여기까지 왔다. 즐겁게 하다 보니 10집이 완성됐습니다. 이전 음반에서는 노래를 잘하려는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온전히 내 목소리가 어땠는지 찾아가는 여정이었던 것 같아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