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화(000880)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수조원대 방산·우주항공 투자를 밝히면서 공격적인 개발·영업을 선언했다. 장갑차와 자주포 등 육상 무기, 인공위성과 발사체 엔진 등 우주 산업으로 업계 장악력을 키워간다는 구상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올해부터 5년간 37조6000억원을 각 사업에 투자한다. 이 가운데 방산·우주항공 분야에는 2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방산시장은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세계 국방 예산 증가로 규모가 늘고 있다. 한국 국방 예산은 지난 5년간 연평균 6.3%씩 증가했고 올해 예산은 전년보다 3.4% 오른 54조6000억원이다.
한화가 방위산업과 우주항공 산업에 5년간 2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사진은 한화의 주력 육상무기 K-9 자주포. (사진=한화)
영국 군사정보 분석 전문기관 IHS 제인스는 올해 전세계 국방예산이 전년 대비 약 0.7% 증가한 약 2조 달러로 추정했다.
한화디펜스와 한화시스템 방산 부문은 올해 1분기 한화에어로 매출의 38.68%(5331억4800만원)를 차지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다.
현재 한화디펜스 수주잔고는 7조2517억8000만원이고 한화시스템 방산부문은 5조 5719억3200만원으로 총 13조원이 넘는다.
육상 무기 주력은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다. 지난 2001년부터 터키와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등 8개국에 수출했다. 현재 호주의 차세대 장갑차 수주전에 보병 전투 장갑차 ‘레드백’을 내세워 뛰어들었는데, 올 하반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에는 호주에서 레드백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장갑차 생산센터 ‘H-ACE’를 착공하기도 했다. 한화디펜스는 향후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기밀정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 국가 수출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엔진 전량을 납품하고 있다. 사진은 출하중인 누리호 엔진.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 산업도 한국형 위성발사체 등 미래 기술 선점을 목표로 전사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3월 한화에어로와 한화시스템 등 각 계열사 역량을 결집한 우주사업 종합상황실 ‘스페이스허브’를 출범했다. 지휘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맡고 있다. 국내 유일 위성시스템 개발사 쎄트렉아이 등 전략적 파트너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쎄트렉아이 지분 20%를 갖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추진하는 ‘우주탐사 기준 플랫폼 시스템 설계’ 우선 협상 대상자에 선정됐다.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사업이 가장 먼저 시작될 전망인데 2029년 4월 지구 3만1600㎞ 상공을 통과한다.
아포피스 탐사는 국내 기술로 만든 우주 탐사선을 국내 발사체로 쏘아올려 지구 접근 시 나타날 변화를 관측·촬영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한화시스템이 우주탐사 기준 플랫폼을 설계해 체계 종합한다. 지주사 한화의 고효율 추진시스템, 쎄트렉아이의 경량화 전장시스템 기술 등 스페이스허브 기술력이 총동원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999년부터 발사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장착되는 엔진 6개 전량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만든 75톤(t)급 엔진은 추후 누리호 3차 발사에 쓰이게 된다.
한화에어로 연구개발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20년 4624억7980만원에서 2021년 5854억8609만원으로 약 1200억원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 봐도 2021년 1143억4122만원에서 올해 1239억6573만원으로 늘었다.
지적재산권도 한화디펜스가 지난해 1분기 597건에서 올해 1분기 627건, 한화시스템이 1687건에서 1711건으로 증가했다. 한화는 이번 발표로 대규모 투자 규모를 정하고 향후 세부적인 사업 전략을 펴 갈 방침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K-9 자주포 해외 시장 개척과 레드백 장갑차 신규 글로벌 시장 진출 등 K-방산 글로벌화를 더욱 가속화한다”며 “국내 우주사업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우주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허브 역할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