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준비 완료…한반도 '신냉전' 시대로

핵실험 마지막 단계 기폭장치 시험까지 마쳐…김정은 결단만 남겨놔
중러 카디즈 침범에 북 핵실험 추진까지…'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뚜렷
한미일 군사협력까지 예상…"신냉전 구도 속 가장 큰 피해자는 남북"

입력 : 2022-05-26 오후 3:54:11
북한이 25일 동해상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응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내 3번 갱도를 복구하고 기폭장치 시험도 마치는 등 7차 핵실험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결단만 남은 셈이다. 한미 당국은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윤석열정부 출범과 함께 한반도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신냉전 시대로 회귀하게 됐다. 중심에는 '핵'까지 있다. 
 
26일 정부 외교안보 당국 발언을 종합하면, 북한은 갱도 복구와 기폭장치 시험을 끝내는 등 핵실험을 위한 사전준비를 모두 마쳤다. 국가정보원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 여부와 관련해 "타이밍만 남겨두고 있다"며 "핵실험 여건 준비는 다 끝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 분석을 근거로 "핵실험을 하기 위한 북한의 갱도가 원래 4개 있었는데 1, 2, 4갱도는 다 무너졌고, 3갱도는 좀 쓸만했는데 완전히 복구했다"며 "거기에다가 핵실험의 마지막 테스트인 기폭실험까지 했다"고 전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핵무기의 소형화를 추진 중이다. 북한이 전날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핵을 장착할 수 있도록 기술화에 나선 것인데, 이는 발사 거리가 짧아도 도달이 가능한 한국과 일본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하 의원은 "(북한은 핵무기의)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지금 소형화 완성이 안 됐다"며 "소형화는 어제 쏜 단거리 미사일인데, 거기에도 (핵을)장착해서 쏜다. 이건 실제로 대남용, 대일본용이고, 이 실험은 안 됐기 때문에 꼭 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시점과 관련해선 내달 상순으로 예고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가 주목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6월 상순 전원회의에서 7차 핵실험 결의안을 채택하고 그 이후에 곧장 핵실험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북한이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RBM 등 3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이날 관영매체를 통해 언급하지 않은 점도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만간 미사일을 추가 발사한 뒤 묶어서 보도함으로써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전략적인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의 ICBM 발사 등은 과거 정찰위성 발사할 때 개발 시험과 유사한 수준이다.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보다 오히려 핵실험을 통해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3월25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한미 역시 강한 수위로 맞대응에 나설 태세여서 한반도 내 긴장 악화는 불가피해진다. 특히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따라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조속한 재가동을 통해 핵잠수함과 핵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북한의 긴장도를 높일 미국의 전략자산이 적극 활용될 수도 있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은 우리 영토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며 북한과 보조를 맞춤으로써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더 뚜렷해졌다. 한반도가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강대국 간의 대결 구도의 한복판에 서게 되는 셈이다.
 
하태경 의원도 "이미 냉전시대로 돌아갔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미국과 소련 핵냉전 시대에는 서로 무력도발이 없었다"며 "(핵 공멸에 대한 두려움으로)오히려 더 평화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는 어떻게 보면 무력충돌이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도 자칫 잘못해서 이게 핵 대결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하게 과거 연평도나 천안함 (도발)처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신냉전 구도 속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양무진 교수는 "미러,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미일이 대북 강경책을 펼치면 자연스럽게 북중러가 하나가 되는 상황이 되고, 결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니고,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형성된다면 제일 피해자는 남과 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남북 문제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져 결국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염려도 더해졌다. 나아가 다음 수순으로 한미일 군사협력이 전망됐다. 정성장 센터장은 "한미일 동맹까지는 가지 않아도 한미일 군사협력은 하게 될 것"이라며 "해상에서 자위대와 같이 훈련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위대가 한국에 들어와서 훈련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거리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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