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재명 동행취재…'개딸' 대신 일대일 '대면', 주민들도 '방긋'

개딸·유튜버 사라지고 진정성 있는 접근으로…'무연고' 지적도 여전

입력 : 2022-05-27 오후 3:47:25
[인천=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예상 외의 접전을 벌이며 다급해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기존 요란스러운 선거운동 방식을 버리고 일대일 대면 접촉에 치중하는 진정성 있는 접근으로 변화하자 주민들의 반응도 한결 좋아졌다.  
 
이 후보는 그간 '개딸’(개혁의딸), 유튜버들과 떼로 몰려다니며 지지를 강권하는 듯한 시끌벅적한 유세를 진행해왔다. 이에 소음 등 지역민들의 민원이 잇달았고 주민들의 불편함이 더해지면서 이 후보에 대한 반감만 커졌다. 좁은 골목을 막아 욕설을 듣기도 했고, 시끄럽다며 냉면 그릇이 날아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선거송도 틀지 않은 채 최소한의 선거운동원들과 이동하며 거리에서, 식당에서 진심 어리게 다가가자 주민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꼭 당선되시라"는 응원도 더해졌다. 사전투표 하루 전날인 지난 26일 <뉴스토마토>는 이 후보의 일정 마감까지 그를 밀착 동행취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26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공항 철도 전기 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는 이날 계산역 출근인사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라디오와의 인터뷰 등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다시 출근인사를 재개했고 계양구 장애인 부모연대, 한국지엠 노조 전직 위원장 및 지부장 간담회 등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 열린 간담회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언론을 통한 뉴스 효과보다 주민들의 진솔한 사정을 듣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 
 
이 후보가 다시 공개일정에 나선 건 ‘공항·철도·전기·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 분위기 역시 차분했다. 이 후보 지지 성향의 한 유튜버는 “요즘 이 후보의 영상이 줄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캠프에서 공개 일정을 비공개로 바꿔서 그렇다”며 “캠프에서 어떤 판단이 있었을 것 같다”고 조용히 이야기를 건넸다. 강성 지지자들로 불리는 ‘개딸’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1~2명의 젊은 여성들이 꽃다발, 선물 등을 조용히 건네는 모습만 포착됐다.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마친 이 후보는 지하철을 통해 이동하면서 유세를 이어갔지만 동승한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면서 지역민들과의 인사를 나눴다. 
 
사전선거운동 하루 전날인 지난 26일, <뉴스토마토>는 바뀐 선거운동 방식을 직접 확인하려 이 후보의 일정을 24시 밀착 동행취재를 진행했다.(사진=뉴스토마토)
 
임학역 인근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이 후보는 지역 환경단체, 중증 장애인 학부모회와의 간담회를 이어갔다. 이 역시 비공개로 진행됐다. 
 
오후 2시30분경 계산동 일대에서 이 후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 후보가 도착하기 약 20분 전부터 유세차량이 대기하고 있었으나, 선거송이나 선거운동원들의 시끌벅적한 선거운동은 펼쳐지지 않았다. 인근에 초등학교 등이 위치한 거주지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인적이 드물고 비교적 좁은 삼거리 골목이었지만, 이 후보 유세차량을 본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한 초등학생(5학년·남)은 “부모님이 이 후보를 지지하셔서 사진을 보내드리려고 이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며 “저도 투표권이 있었다면 이 후보를 뽑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 남학생과 함께 온 다른 초등학생들 역시 부모님이 이 후보를 지지한다며, 이 후보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초등학생들의 사진 촬영에 응한 이 후보가 유세차량에 올랐다. 이 후보가 다니는 곳곳마다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과 중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차량은 마치 학생들을 꼬리처럼 달고 다니는 듯한 모습을 연출됐다. 심지어 국민의힘 선거운동원들도 이 후보의 차량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일대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40대 한 여성 운동원은 “빨간색 옷을 입고는 파란색 후보 사진을 찍고 연설을 듣고 있다”며 “이게 정치통합 아니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윤형선 후보의 당선을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한 60대 자영업자는 “대선후보였던 이재명이 윤형선에 밀리는 것만으로도 망신살이 뻗친 것”이라면서도 “여기는 워낙 호남 출신들이 많고 야당 텃밭이라 민주당에 호의적”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년 남성도 이 후보의 높은 당선 가능성에 윤 후보 지지층이 출렁이고 있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집권여당 후보 강점도 있지만, 대선후보를 했던 거물이 돼야 지역발전에 낫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국리서치·KBS가 지난 23~24일 인천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42.5% 대 윤형선 42.7%로, 0.2%포인트 격차의 초접전이 전개됐다. 하지만 당선가능성을 보면 이재명 44.8% 대 윤형선 38.2%로 격차가 벌어진다. 
 
사전선거운동 하루 전날인 지난 26일, <뉴스토마토>는 바뀐 선거운동 방식을 직접 확인하려 이 후보의 일정을 24시 밀착 동행취재를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어린이집연합회와의 간담회로 다시 비공개 일정을 소화했던 이 후보는 오후 6시 부평역 광장에서 인천지역 집중유세를 펼쳤다. 이어 오후 8시 구월로데오광장으로 장소를 옮겨 유세를 이어갔다. 두 일정 모두 사전 공개돼 이 후보의 강성 지지층과 유튜버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다만 젊은층이 모인 거리인 만큼 처음부터 시끌벅적해, 강성 지지층과 유튜버들의 응원도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 후보는 소수의 선거운동원들과 젊은이들이 주로 몰려 있던 고깃집, 포장마차 등을 찾아 한 표를 당부했다. 2030 젊은층은 이 후보에게 먼저 사진 촬영을 요청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환호를 지르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직장인 20대 여성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에 했던 발언들을 기억한다”며 “여성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이 후보가 꼭 당선돼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의 지역화폐 정책에 대한 호응도 있었다. 20대 한 남성은 고기를 먹다가 이 후보를 발견하자마자 자신의 지갑 속 카드를 꺼내 “이재명이 퍼트린 지역화폐, 감사하게 잘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방긋 웃으며 이 남성과 악수를 나눴다.  
 
사전선거운동 하루 전날인 지난 26일, <뉴스토마토>는 바뀐 선거운동 방식을 직접 확인하려 이 후보의 일정을 24시 밀착 동행취재를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후보의 이날 마지막 일정은 경인교대 앞 인사였다. 경인교대 역 인근이 다소 조용한 만큼 비공개로 일정이 진행됐다. 구월로데오광장을 따라다니던 강성 지지층 및 유튜버들도 대거 행적을 감췄다. 
 
이 후보를 끝까지 쫓아온 지지층도 있었다. 이재명tv를 통해 이 후보의 동선을 알게 된 지지층에서 경인교대역으로 삼삼오오 모여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전과 달리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후보가 길거리와 식당을 돌아다니는 동안 소란스럽게 하는 지지자가 있으면 “지지자들끼리 시끄럽게 하지 않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했다”며 “양해바란다”고 저지에 나섰다. 또 이 후보와 멀찌감치 떨어져 현장을 지켜보기도 했다. 
 
지역민들이 이 후보를 마냥 반긴 것만은 아니다. 이 후보가 연고가 없음에도 생뚱맞게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것을 두고 직접적인 질타도 이어졌다. 한 부부는 이 후보와 악수를 나누면서 “여기 출마하시는 것이니 아예 이 곳으로 이사를 오시라”며 “여기서 국회의원 하시고, 청와대 가셔야 하지 않겠냐”고 우회적으로 무연고를 지적했다. 또 다른 50대 남성은 이 후보와 사진을 찍고 있는 이들을 향해 “인천 연고도 없는 사람이 당선되겠다고 여기로 와서 출마했는데 속 없이 사진을 찍고 싶냐”며 “인천 시민들 우습게 아는 것”이라고 불쾌함을 표현했다.
 
이 후보는 당초 경인교대역에서 밤 11시30분까지 유세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12시를 꽉 채워 지역민들을 만나고 나서야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인천=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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