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임단협 마무리…인력 부족 속 교섭 구조 과제로

교섭 9개월만에 중공업·건기·일렉 잠정안 찬성
한 곳이라도 합의 반대하면 나머지 기다려야
인력부족 조선업계, 파업 겹치면 생산 차질 우려

입력 : 2022-05-27 오후 5:10:38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현대중공업(329180) 2021년도 임단협(임금·단체협약)이 현대건설기계(267270)현대일렉트릭(267260) 조합원 찬성으로 매듭짓게 됐다.
 
27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이날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 조합원들의 임단협 잠정안 투표 결과 각각 찬성 60.87%와 68.52%로 가결됐다. 지난해 8월 협상 시작 후 9개월, 교섭 일수로 270일만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7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소속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조합원 총회 투표결과 모두 가결되었다”며 “조인식은 31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2년도 임금협상은 조인식 이후 노조의 요구안 발송 등으로 준비 단계가 시작된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27일 2021년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이날 오후 울산 본사 체육관에서 개표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
 
앞서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는 지지부진한 교섭을 이유로 지난달 27일 전면 파업을 시작했다. 이달 10일 기본급 정기인상 7만3000원이 포함된 잠정합의안이 나왔고 12일 조합원 투표에서 현대중공업 조합원 찬성 62.48%로 가결됐다.
 
반면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는 반대표가 각각 53.44%와 53.08%가 나와 부결됐다. 이번 합의에는 오일뱅크 상품권 지급이 새로 반영돼 가결됐다.
 
금속노조 산하 현대중공업 지부는 지난 2017년 회사가 나뉜 뒤로 3사1노조 원칙을 지키고 있다. 3사 중 한 곳이라도 임단협 합의에 반대하면 나머지 회사가 재교섭과 재투표를 기다려야 한다.
 
앞서 2019·2020년 통합교섭 잠정합의안은 지난해 2월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에서 각각 56.28%와 51.42% 찬성표가 나왔지만 현대중공업에서 반대 58.07%가 나왔다. 이후 파업과 교섭을 거쳐 그해 7월 3차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
 
현행 교섭 방식은 노사 간 갈등에 무게를 더해왔다. 사측은 지난달 전면파업 당시 "업종과 사업 실적이 전혀 다른 회사들이 동시에 교섭을 진행한다는 게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뼈저리게 느꼈다"며 3사1교섭에 응하지 않다가 입장을 바꿔 잠정안에 합의했다.
 
처음에 소식지를 통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사측이 타협한 배경에는 수주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생산차질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 9월 조선업 현장 생산 인력이 약 9500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4기 기술연수원 연수생을 모집하고 있다. 무료 연수를 마친 연수생은 올 가을 우수 협력사 취업을 알선받는다. 정부도 지난달 E-7 비자 발급 지침을 개정해 조선업계 외국인 용접·도장공 투입을 4400여명 규모로 늘릴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숙련도와 선박 건조 품질 등을 고려할 때 무조건적인 외국인 투입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임단협이 늦어져 쟁의행위가 반복되는 상황은 노조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지부는 5년째 지회 설립 추진위원회를 운영중이다. 현재 매주 화요일마다 15명 규모로 회의가 열린다.
 
그간 위원회에서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 지회를 세우자는 안건은 통과된 적이 없다. 현대중공업 지부에 교섭 대표 임명권과 재정권, 단체교섭 체결권 등을 그대로 두면 지회 설립 의미가 없다는 것이 반대 측 의견이었다.
 
현재 노조 집행부는 지회 설립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지회가 생기면 지부가 관장하는 노사협의회와 임단협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향후 지회 교섭 방식을 규칙으로 정하는지, 어떤 방식을 세울지에 따라 현행 교섭 구조가 유지되거나 개별 교섭이라는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지회 설립 시점이 빨라도 2022년도 교섭 시작 이후로 전망돼 올해 교섭 방식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지는 알 수 없다.
 
노조 관계자는 “(지회가) 빨리 만들어진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밑그림이 안 나왔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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