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 세계적인 전기차 판매 증가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1년부터 전기차를 양산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폐배터리 회수·처리에 대비해야 하고, 특히 공급망 의존도를 낮출 방안으로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 동향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17년 1억40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1.8% 성장하면서 2025년에는 22억8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또 2030년까지 재사용되는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를 모두 합치면 세계 에너지 저장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2040년 전기차를 포함한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3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각종 중금속, 전해액 등이 포함돼 있어 폐배터리를 매립하게 되면 심각한 토양 오염을 일으킨다. 아울러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리튬, 코발트 등의 원자재를 채굴할 때는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도 많이 발생한다. 이들 원자재는 일부 국가나 지역에 치우쳐 있고, 채굴량이 한정돼 있어 가격도 매우 불안정하다.
지난 2월24일 서울 강동구 현대 EV스테이션 강동에서 코나 시승 차량에 대한 충전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는 제조에서부터 폐기까지 환경과 경제적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에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은 일찍부터 환경보호와 채굴과 제련 비용 절감,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의 한 대안으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와 배터리 생산 능력이 세계 1위인 중국은 정부 주도로 재활용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가장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 이력 관리와 함께 재활용을 생산자가 책임지는 생산자 책임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베이징, 상하이를 포함한 17개 지역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폐배터리에서 핵심 소재에 대한 회수를 높이기 위해 니켈, 코발트, 망간은 98%, 리튬 85%, 기타 희소금속은 97%를 회수 목표치로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배터리 재활용 등록 기업이 4만개를 넘고 있으며, 재활용 촉진을 위해 전기 배터리의 규격, 등록, 회수, 포장, 운송, 해체 등 단계별 국가표준을 제정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배터리 제조 기반이 미흡하지만,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배터리 재활용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EU는 환경 정책의 하나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국제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지난 3월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에서 삼성SDI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기차용 배터리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최근 배터리 제조 3사를 비롯해 완성차 대기업이 유럽과 중국의 재활용 기업과 협력해 재활용 산업 육성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번 보고서는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중국 등 배터리 원자재 보유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가 주력하고 있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는 제조원가가 높아 재활용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폐배터리 기준 설정 △배터리 이력 관리 △회수 인프라 구축과 세제 지원 △공급망을 고려한 배터리 얼라이언스(동맹) 구축 △재활용 단계별 국가표준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희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정부와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해가는 초기 단계"라며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육성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추후 세계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