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국민의힘이 6·1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석권하며 압승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제주를 포함한 호남으로 고립시키며 4년 전 참패를 설욕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경기를 내준 점은 아쉽지만, 아쉬움을 덮고도 남을 대승을 거뒀다.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을 바탕으로 향후 정국 주도권도 쥐게 됐다.
민주당은 참패의 후유증에 직면했다. 대선 패배 직후 당을 이끌던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지 석 달 만에 또 다시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전당대회 또한 예정되면서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간 치열한 투쟁도 전개될 전망이다. 제1당의 위상만 가진 채 대여 공세에 힘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노려 민주당 몰아붙이기에 즉각 돌입했다. 첫 수순은 법사위원장 자리다. 상임위와 본회의 간 통로인 법사위를 장악해 민주당의 입법 견제를 저지하겠다는 의도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등 지도부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앞서 여야는 지난해 7월 원내대표 간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된 민주당은 새정부 견제를 위해 관례대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합의를 파기했다. 국민의힘은 입법폭주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국회 전반기 임기가 지난 29일로 종료됐지만 아직까지 원구성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의장단과 18개 상임위원장 모두 공백인 초유의 사태다.
법사위원장 직을 향한 여야의 입장은 '견제'라는 키워드 아래 동상이몽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차기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까지 원내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원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에서 드러났듯 검찰공화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관례대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에서 "사실상 검찰 쿠데타가 완성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것을 견제할 만한 사람은 법사위원장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참패로 끝난 6·1지방선거는 국민의힘에게 '민심'이라는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됐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강행처리 등으로 민심의 심판을 받은 상황에서 법사위원장마저 고집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국민의힘은 보고 있다. 게다가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둘러싼 내홍과 지도부 공백, 전당대회 직면 등 민주당이 처한 상황은 제1당의 힘을 반감시키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의식해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에 찬성하는 등 기존 강경 기류를 급선회하는가 하면, 추경안 처리에 있어서도 민심의 눈치를 본 끝에 합의에 도장을 찍는 등 결국 여론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이 같은 과정을 잘 아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즉각 민주당 압박에 나섰다. 그는 지방선거 다음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협치를 위해서는 1년 전에 민주당이 약속한 대로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국회 1,2 교섭단체가 교체해서 맡은 것은 상호견제와 균형을 지키기 위한 우리 국회의 오랜 전통이고 협치 정신"이라며 "대선 패배 후에 그랬듯 '졌지만 잘 싸웠다'며 정신 승리해선 안 된다. 이재명 한 사람 지켰다고 안도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민주당은 협치하라는 민심에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1일 출구조사 발표 직후 개표상황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 결과가 하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대선에 패배한 민주당이 국민 뜻과 배치되게 검수완박 악법을 추진했고 법사위원장직까지 합의를 파기하며 갖고 가겠다고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 태도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