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뒤늦은 "안전운임제 연장"…숙제 미루다 차별화

화물연대, 민주당에 "원포인트 원구성" 제안…민주당 '난감'

입력 : 2022-06-09 오후 5:43:47
박홍근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촉구하며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조노 화물연대(화물연대) 끌어안기에 나섰다. 화물노동자의 총파업을 두고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려는 전략이나, 해당 법률이 일몰제였다는 점에서 그간 제1당으로써 해당 문제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국토교통부는) 시행 당시만 하더라도 안전운임제 안착을 말하더니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입장을 바꿔 안면몰수했다”고 윤석열정부를 정조준했다. 이어 “당시 국회 교통위원회는 일몰 1년 전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분석해서 연장 필요성 여부를 보고하도록 의결했지만 명확한 입장도 없이 시간만 끌다가 화물연대 총파업을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로 오늘 간담회에 불참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처럼 무책임한 국토교통부와 이와중에 출국한 윤석열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가관이고 유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법대로’를 무한 반복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강경대응 기조를 확인했는데, 민주당은 이를 비판하며 차별화 행보에 나선 것이다. 
 
화물연대는 민주당의 차별화 행보를 환영하는 동시에 불만 어린 시선을 보냈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안전운임제를 즉시 시행하지 않고 일몰제로 도입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화물연대는 이날 민주당에게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며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위한 원포인트 원구성을 요구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가장 큰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며 “대통령은 법과 원칙만 되풀이 할 게 아니라 정부로서 책임있게 나와 이 문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민주당은 이전 정부로서 그 책임이 더 있다”며 “민주당은 야당이지만 가장 많은 의원을 가진 당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정말 강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답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묵힌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현 위원장은 “국토교통부는 국회 핑계를 대고 국회는 원 구성 핑계를 댄다. 더 이상 국회와 정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하지 말라”며 “오늘 민주당과의 간담회이니 민주당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원포인트 원 구성을 통해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원 구성 직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1호 법안으로 정하고 관련 법안을 처리해달라는 요구다.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이 법안을 처리해달라는 요청이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단독 처리 여부를 놓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먼저 과거 집권여당으로서 해당 법안을 제대로 안착시키지 못했다며 고개 숙였다. 그는 “우리 민주당도 조속히 관련 정책 개선을 실질적으로 못 이룬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매듭지었으면 하는 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성이나 의지가 있냐는 것은 염려하지 말라”며 “단독으로 할 수 있냐는 것은 어려움이 있지만 원 구성 협상을 시작해서 민생 우선적인 법을 우선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국토위 등과의 실무 협의 채널을 가동할 것을 약속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국회의장도 없는 상황에서 원포인트 원 구성을 할 수 없는 노릇이라, 당에서도 법안 처리를 약속한 것”이라며 단독 처리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운수부문 확대간부 결의대회에 참석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한 최저임금제와 동일한 개념이다. 화물노동자들이 차량 할부금 등을 갚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과적, 과로, 과속 등 무리한 운행을 감행하면서 사망하는 일이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 화물연대 측에 따르면 고속도로 화물차 사고 원인 중 41.9%가 졸음운전, 8.2%가 과속이라고 했다. 화물연대 측은 “충분히 휴식시간을 확보하고 안전하게 운행을 해도 유지 가능할 정도의 운임 수준이 확보된다면 위험 운행은 자연히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운임제가 화물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문재인정부는 안전운임제 도입을 100대 국정과제로 삼고 추진했지만 시장의 반대에 부딪쳤다.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인한 물류 비용 증가로 수출입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3년 일몰제를 도입, 2022년 12월31일이 지나면 안전운임제를 자동으로 소멸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시장이 대비할 시간을 주고, 국토교통부의 관련 보고 등을 받으면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안전운임제는 그대로 소멸될 위기에 놓였다. 안전운임제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일몰제를 폐지해야 하지만, 윤석열정부와 여당에서 뒷짐만 지고 총파업 무력화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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