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용 항체치료제 '이부실드(성분명 틱사게비맙·실가비맙)' 국내 도입이 가까워지면서 용량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투여 용량을 늘려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면서도 투여 대상의 체중을 고려해 기존 용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예방용 항체치료제 이부실드는 다음달과 오는 10월 두 번에 걸쳐 도입될 예정이다. 총 도입 물량은 다음달 5000회분, 10월 1만5000회분 등 약 2만회분이다.
이부실드는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다른 항체치료제들과 달리 코로나19에 노출되기 전 항체를 주입해 예방효과를 노리는 항체의약품이다. 주된 투여 대상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도 항체 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면역저하자 등이다.
국내 도입 이후 원활한 사용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이날 이부실드 긴급사용승인 검토에 착수했다.
식약처는 임상·품질자료 등을 검토하고 전문가 자문회의,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안전관리·공급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부실드는 오미크론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다른 코로나19 항체치료제들과 달리 BA.1, BA.2를 포함한 변이에도 높은 중화능력을 보였다. 최근에는 BA.4, BA.5 변이에서도 BA.2와 유사한 수준의 중화능력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해외 각국은 이부실드 긴급사용승인을 일찌감치 결정했다. 다만, 투여 용량에선 나라마다 차이를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월 이부실드 승인 내용을 바꾸면서 기존 투약 용량을 2배 늘렸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이부실드를 투여할 때 틱사게비맙과 실가비맙을 300㎎씩 주사한다.
미국의 이부실드 용량 증량 결정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 대응능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FDA에 따르면 이부실드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중 하나인 BA.1.1에서 활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TGA)은 임상시험 3상에서 적용됐던 용량인 틱사게비맙 150㎎, 실가비맙 150㎎ 투여를 유지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예방용 항체치료제 '이부실드'. (사진=뉴시스)
각국이 이부실드 투여 용량을 다르게 설정하자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기존 용량이 표준이라면서도 당국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나라에선 긴급사용승인 검토 절차가 시작됐지만 용량은 미정인 상태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이부실드 투여 용량은 현재 검토 중"이라며 "상세한 내용은 검토가 완료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이부실드 투여 대상자들의 신체적 조건을 감안하면 기존 용량이 적절할 것으로 평가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이부실드 투여 용량은 체격, 체중과 관련된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이부실드 투여 대상자가 되는 이들의 체중이나 체격을 보면 정량을 쓰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약은 체중에 맞춰 투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미국인들은 우리나라 국민들과 신체적 조건이 다른 만큼 체질량지수(BMI) 등 여러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부실드 용량을 늘리면 효과가 더 있다는 결과가 나와 FDA가 증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본 용량을 주사해도 BA.2까지는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은미 교수는 또 "(우리나라에서 이부실드 투여 대상자는) 대부분 체격이 왜소하고 몸무게도 적게 나간다"며 "용량을 늘릴 필요 없이 정규 용량을 주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