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김현주 기자] 일주일 이상 총파업에 나섰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가 5차 면담 끝에 극적으로 타결했다. 다만 올해 말 종료를 앞둔 '안전운임제'를 두고 화물연대는 일몰 조항 폐지를 강조하는 반면 국토부는 일몰제 연장에 무게를 두는 등 이견을 보여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전 산업계에 걸쳐 2조원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하면서 이를 봉합하는데 급급해 '반쪽 타결'에 합의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와 국토부는 지난 14일 늦은 밤 5차 교섭을 통해 파업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7일 파업이 시작된 지 8일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화물연대는 집단운송 거부를 마치고 현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양측은 이번 파업의 핵심인 안전운임제의 확대 및 일몰제 폐지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했다. 일종의 '화물기사 최저임금제'라 할 수 있는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송에 들어가는 최소한의 비용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부터 3년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운임제 일몰제는 연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연대가 화물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다. 그간 운송 종사자들은 낮은 화물 운송료로 최대한 오래 일하고, 빨리 달리고, 한 번에 많이 싣는 위험 부담을 감수해왔다는 것이 화물연대 설명이다. 안전운임제는 이 같은 '과적', '과속', '과로' 현상을 방지하고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운임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집단운송 거부를 철회함에 따라 국회 원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의 시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운영 중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컨테이너·시멘트)의 연장 등을 지속 추진하고, 운임제의 품목 확대 등과 관련해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지속 추진'이라는 표현을 두고 양측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화물연대는 당연히 일몰제 폐지를 전제로 한 표현으로 해석했지만, 국토부는 연장에는 동의해도 직접적 폐지까지는 난관이 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한국무역협회, 경영자총협회, 시멘트협회 등 6개 단체에 따르면 그간 화물연대 파업으로 입은 피해액은 2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파업에 따른 피해액에만 골몰해 일몰제 폐지에 대한 명확한 논의 없이 황급하게 타결에 나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물연대는 그간 여러 차례 일몰제 연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정부가 끝까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명시하지 않아 국회를 통한 법제화가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화물연대는 일관되게 일몰제 폐지를 주장했고, 정부는 그걸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양자 간 계속 협상해서 '지속 추진'이라는 말로 정리했다"며 "결국에는 국회 입법 사항으로 (안전운임제) 연장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안전운임제를 폐지하든, 연장하든 사용자가 충분히 자기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에 대해 객관적 수치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확한 현황을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사용자나 정부는 정확한 통계 자료 같은 것을 내놓지 않고 시장 경제에 맡겨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단순히 시장 경제에 맡긴다면 운전자들이 과적이나 과속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국민들도 위험해진다"며 "유가가 2000원을 넘었고 50% 이상 오른 상태에서 그 부담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좋지 않다. 비용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등을 정확하게 조사한 상황에서 정부가 상생을 주도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늦은 밤 5차 교섭을 통해 파업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로 화물차가 줄지어 들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김현주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