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김충범·김종서·용윤신 기자]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국내외 여건이 엄중해지면서 윤석열 정부가 민간과 시장 주도의 경제 개선을 위한 새 정부의 정책 카드를 내밀었지만 경제방향의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경제 난관이지 기업 난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자재, 유류세, 곡물 등 충격 전달을 완충하며 인플레이션을 낮춰주는 방향타가 필요하나 법인세 감면 연결고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에서다. 나라살림 적자와 19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가 경제 위기의 뇌관 속에 세금 감면은 고려해야한다는 반응이다.
16일 <뉴스토마토>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한 결과, 기업 활력을 위한 규제 완화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이익을 내는 기업만 세금을 법인세의 감면 조치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고물가 기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향은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며 “경제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관점에서도 규제에 대한 논의, 민간 부문의 활력을 주겠다는 측면은 이해하지만 명확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새로운 산업이 계속 생겨나는 전환기이기 때문에 규제를 잘 정리할 필요는 있어보인다"면서도 "법인세 인하는 시급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 4단계인 법인세 과표구간을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22%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은 25% 수준으로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인상한 바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법인세 최고 세율이 22%였다.
하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그러면 세수를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 법인세는 이익을 내는 기업만 세금을 내는 것이고 현재 상당수 중소기입은 이익이 거의 없어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즉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들이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재정 여력이 많으면 세금을 깎아줄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감세를 해주는 것이 맞다. 원자재, 유류세, 곡물 등 충격이 전달되는 쪽으로 하거나 인플레이션을 낮춰주는 방향으로 해야지 법인세는 연결고리가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거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율은 22%로 인하했는데 그로 인해 약 40조원 가까이 법인세 세수가 줄었다. 법인세를 줄여줬지만 투자와 고용 효과가 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내유보금이 늘고 토지보유량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법인세는 이명박 정부 때 과표구간에 따른 세율 조정을 통해 세율을 낮췄다. 이에 따라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법인세가 19조8000억원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동안 40조원 이상 법인세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는 법인세 세수 감소를 보전하려고 근로소득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담배소비세를 인상하는 등 서민들에게 증세를 했다"며 "향후 5년간 윤 정부에서는 법인세 감면, 양도소득세 감면, 상속세의 유산취득 방식으로의 과세 방식 전환 등을 통해 지속적인 부자 감세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세수결손은 담배소비세 등 일명 '죄악세' 인상을 통한 서민 증세로 보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연착륙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실물 공급망 문제가 금융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빚을 많이 낸 상태에서 악성부채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 이 교수는 "당장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공급망은 수입선이 있는데 갑자기 이를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중장기적으로 다변화를 고민해야 한다"며 "식량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당장 비용 압박이 커진 서민들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여러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재정 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의무·경직성 지출을 강력히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지출 구조조정이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교수는 “정부 정책에 있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출 구조조정도 동반돼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구체적으로 지적돼 있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과 기업을 중심으로한 경제 성장으로 새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정리할 필요는 있어보인다면서도 지출 구조조정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진은 수출항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김충범·김종서·용윤신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