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이 잇따른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과거 음악 경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음악계에서는 유튜브 등 플랫폼 발달로 표절을 가려내는 수준이 한층 정교해지고, 정보 확산 속도도 빨라 논란이 과거에 비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일 온라인 상에서는 유희열이 작사·작곡·편곡에 단독으로 참여한 성시경의 '해피 버스데이 투 유’(2002)가 논란이 됐다. 일본 밴드 안전지대의 보컬 다마키 고지의 '해피 버스데이∼아이가우마레타∼'(1998)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실제로 들어보면 곡의 제목과 가사 콘셉트, 여기에 도입부와 메인 멜로디까지 유사해 표절 논란을 비켜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희열의 표절 논란은 지난 14일에도 제기된 바 있다. 최근 그가 진행하고 있는 '유희열의 생활음악' 프로젝트의 두 번째 트랙 '아주 사적인 밤'과 관련해서다. 일본 작곡가이자 영화음악 감독으로 활동하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Aqua)’와 비슷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유희열은 당시 "제보를 검토한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데 동의했다.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 중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고 표절 논란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며칠 뒤 사카모토 류이치는 자신의 국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잇뮤직크리에이티브를 통해 ”두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 '아쿠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안테나 측은 이번 LP 발매를 연기한 뒤 해당 곡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안테나 측은 '해피 버스데이 투 유'의 유사성 논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이 잇따른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과거 음악 경력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KBS
표절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은 대중음악계에서 표절 의혹이 터져 나온 역사와 궤를 함께해왔다. 1990년대 인기 그룹 H.O.T.는 1집 데뷔곡 ‘전사의 후예’의 드럼과 베이스라인, 보컬 톤이 사이프레스힐 ‘i ain't goin out like that’과의 유사성에 휘말려 후속곡 ‘Candy’로 활동을 전환한 바 있다. 혼성그룹 룰라 역시 정규 3집 타이틀곡 '천상유애'가 일본 노래 '오마쓰리닌자’와 비슷하다는 지적으로 활동을 한때 중단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빅뱅의 ‘거짓말’이 일본 뮤지션 프리템포 음악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자 당시 원곡의 주인공 프리템포 측이 “표절이 아니다”고 밝히며 상황이 일단락된 경우도 있다.
법정 공방까지 가더라도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지는 사례가 많아, 표절을 가려내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일로 알려져온 것도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법원은 두 저작물의 멜로디·화성·리듬 같은 악곡의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한다. 다만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들고, 패소할 때 배상액이 커 합의를 끌어낸 사례도 적지 않다. 박진영이 만든 지오디의 데뷔곡 '어머님께(1998)' 역시 미국 래퍼 투팍의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투팍의 작사·작곡 저작권을 관리하는 유니버설뮤직퍼블리싱과 워너채플뮤직코리아 측으로 돌려 해결한 바 있다.
현재는 표절 논란이 생기면 사법부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감정을 받는 형태로 표절 심의가 이뤄진다. 음악계에서는 표절의 모호한 기준부터 바로세우는 시스템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창작자 윤리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대중음악 측 한 관계자는 “표절 논란은 수십년째 반복돼오고 있지만 결국 민사의 영역”이라며 “합리적인 판결을 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결국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