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곽상도 50억 허언…‘정영학 녹취록’ 못 믿어”

대장동 개발 특혜 뇌물 혐의 곽상도 공판서 김만배 증인신문
김 “곽상도 돈 요구한 적도, 돈 준 적도 없다” 혐의 일체 부인
“‘정영학 녹취록’, 본인 유리한 것 제출”…가치 떨어트리려 시도

입력 : 2022-06-22 오후 5:34:54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게 대가성 뇌물을 준 적이 없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지급한 50억원은 건강이 나빠진 데 따른 위로 차원이라며 자신과 곽 전 의원에 적용된 혐의를 일체 부인한 것이다. ‘정영학 녹취록’을 두고도 정영학 회계사가 본인에게 유리한 내용만 제출한 것이라며 증거로서 가치를 떨어트리려고 시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과 김씨, 남욱 변호사의 공판을 열고 김씨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김씨는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곽 전 의원 변호인은 김씨에게 “곽 전 의원이 김씨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했느냐, 또 화천대유의 이익금이 나온다고 곽 전 의원에게 나눠줄 이유도 없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재차 “곽 전 의원이 지난 2020년 3월경 아들 병채씨를 통해 김씨에게 약속된 금원을 지급해달라고 하는 등 금품 요구를 했다는데 그런 게 있었냐”고 묻자 김씨는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곽 전 의원이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의 무산을 막아주는 대가로 50억원을 줬다는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같은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방어한 것이다.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하던 곽병채씨에게 지급한 50억원은 곽 전 의원에게 주기 위한 뇌물이 아니라 퇴직금이라는 주장도 반복했다. 변호인은 김씨에게 “곽병채씨가 받은 50억원은 곽 전 의원에게 주기 위한 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곽 전 의원에게는 곽씨에게 50억원을 지급한다는 사실을 전혀 얘기해주지 않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또 “곽씨에게 지급된 세전 50억원은 성과급과 건강악화에 관한 위로금, 노동력 상실에 관한 위로금이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김씨는 변호인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곽씨를 통해 곽 전 의원에게 뇌물 50억원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퇴직금 50억원은 곽 전 의원에게 제공한 뇌물이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변호인이 “정영학 녹취록은 정 회계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녹음파일을 제출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또 김씨가 감사 표시로 돈을 줘야 한다고 말한 인물들의 이름을 거론한 건 허풍일 뿐이고 정 회계사가 믿는 눈치도 아니지 않았느냐는 변호인 질문에도 김씨는 맞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문답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스모킹건으로 불리는 정영학 녹취록의 증거 가치를 떨어트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정 회계사는 검찰에 김씨, 남 변호사와의 대화와 통화 등을 녹음한 파일을 제출했는데, 이 녹음파일에는 김씨가 곽 전 의원을 비롯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말한 내용 등이 담겼다. 김씨가 유력 인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정황이 녹음파일에서 나오지만, 김씨는 이러한 내용이 실제 일어난 사실이 아니라 그저 허언일 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과 김씨, 곽 전 의원 등의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 다음 공판은 내달 6일 열릴 예정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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