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퇴직한 고위공무원이 재직 시절 부정한 알선청탁을 약속해 훗날 형사처벌을 받았을지라도, 퇴직 후 이뤄진 범죄라면 퇴직수당 환수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6부(재판장 이주영)는 전직 고위공무원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수당과 퇴직연금 화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는 이른바 ‘즉시범’이므로 A씨가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한 때에 성립하는데 A씨 형사사건에서 수사기관 조서나 재판 증인신문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공직 퇴직 전에 구체적인 알선을 청탁받았다거나, 그 대가로 금품제공을 약속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알선수재죄는 A씨가 퇴직한 후 성립한 범죄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가 공무원연금법상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공단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지난 2012년 6월 명예퇴직한 지방자치단체 고위공무원 A씨는 퇴직 전인 한달 전 B사 대표 C씨에게서 부회장 영입 제안을 받았다. C씨는 A씨에게 공무원 현직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지자체 공무원을 상대로 교량공사의 특허공법 선정과 관급자재 납품 등을 알선·청탁해주면 급여 등 명목으로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했고 A씨는 이를 승낙했다.
퇴직 직후 B사에서 근무를 시작한 A씨는 지자체 공무원들을 상대로 B사가 보유한 특허공법이 지자체 발주공사에 반영되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청탁했고 관급자재도 납품하도록 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C에게 건네받은 뇌물을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A씨는 이 같은 알선수재와 뇌물공여 대가로 B사에서 2012년 7월부터 2017년 5월까지 합계 3억1380만원 가량을 받았다.
A씨 범행은 결국 드러났고 지난 2018년 1월 특가법 알선수재죄와 뇌물공여죄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판결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공단은 A씨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며, 기존에 A씨에게 지급한 퇴직수당과 퇴직연금 중 6738만원을 환수하고 퇴직연금을 절반으로 제한하겠다고 통지했다.
A씨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 알선수재죄는 공직 퇴임 후인 2012년 7월부터 성립했고 뇌물공여 역시 2014년경 이뤄진 범죄이기 때문에, 공무원 재직 중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단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A씨 손을 들어주자 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시 서초구 행정법원.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