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부가 1주에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현행 1주 최대 연장근로시간은 12시간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를 월 단위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주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총량 관리단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라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2018년 3월 법 개정을 거쳐 그 해 7월부터 사업장 규모별로 순차 시행됐다.
다음 달이면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1년을 맞는 가운데 새 정부가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주52시간제 도입 후 기업 등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 4월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보완책을 내놨다. 그러나 활용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은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노사 합의에 따라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총량 관리단위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법정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은 유지하되 연장근로시간만 관리단위를 1주 12시간에서 4주 48시간으로 확대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한 달을 48시간으로 본다면 한주에 최대 88시간도 일할 수 있는 셈이다.
이정식 장관은 "해외 주요국을 보더라도 우리의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기본적으로 노사 합의에 따른 선택권을 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독일과 프랑스는 일정기간 내 '주 평균시간 준수'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독일의 연간 노동시간은 1332시간으로 가장 낮고, 프랑스는 1402시간으로 일곱 번째로 낮다. 한국은 1908시간으로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다음으로 가장 오래 일한다. 연간 500여시간이 차이가 나는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
이 밖에 저축계좌에 적립된 초과근로시간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유연근로제 중 하나인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도 추진한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장관 스스로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작년 기준 1928시간으로 OECD 평균 1500여 시간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정책은 전혀 없이 초과노동시간에 대한 편법적인 노동시간 연장을 위한 정책만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학교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산업보건학에서는 유해인자의 '투여율 의존(Dose-rate dependence)'이라는 효과가 있는데, 평균적인 유해인자 노출량 또는 투여량(Dose)이 같더라도 그 변이가 크면 더 큰 건강영향을 준다는 것"이라며 "즉, 건강영향은 평균보다는 최장시간 일한 날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러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근로기준법 개정 사항으로 여소야대 국면에선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총량 관리단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브리핑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