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한 하천에서 10대 학생이 청둥오리 가족을 돌팔매질로 죽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곳은 기자의 집과 가까워 기자도 자주 찾는 곳이다. 봄에는 튤립, 여름에는 양귀비,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는 곳인데,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을 뿐 아니라 오리와 백로, 잉어 등 다양한 생명체들도 거주하는 곳이다.
10대 학생들이 죽였다는 그 오리 가족은 매해 관찰되는 동물 중 하나다. 거주지 밀집 지역 인근 하천인 만큼 가족 단위로 산책을 나온 경우가 많은데, 유유히 하천을 가로지르는 오리 가족은 아이들에게 굉장한 인기스타다. 엄마 오리를 쫓아 대여섯 마리의 새끼오리들이 허둥대는 모습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한참을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지구상의 어린 생명체들은, 그 종류와 상관없이 귀여움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이를 알기에 10대 학생들이 굳이 고통스러운 방법을 선택해 오리 가족을 죽인 행위를 이해하기 어렵다. 해당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만류에도 학생들은 오리를 향해 돌은 던지는 걸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이 학생들은 이후에도 또 같은 행위를 반복하려 했다는 것이다. 사건을 수사한 담당자는 CCTV를 통해 학생들이 같은 장소에 반복해서 나타나 동일한 범행을 벌이는 걸 확인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붙잡힌 학생들은 해당 범행 이유를 ‘호기심’과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 했다. 이 말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말에 인간이 가져야 할 감정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명을 해치는 것에 어떤 ‘호기심’이 해결될 수 있을까? 오리 가족에 대한 ‘측은지심’은 없었을까?
미국은 지난 2016년부터 동물 학대를 강력범죄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동물 학대가 사람을 향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관련이 높다는 분석에 의했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동물 학대에 관한 법적 처벌은 마련돼 있지만 사법부가 법률상 처벌 가능 수위에 비해 미약한 판결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물 학대가 인간을 향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사법부의 인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 제대로된 형량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10대 학생들의 범행인 만큼 교화 가능성을 봐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죄가 되는 줄 몰랐다’는 말을 사법부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