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기다리고 스마트키 1개뿐"…신차 계약자 '비명'

쏘렌토·스포티지·EV6 등 1년6개월 대기
아반떼·캐스퍼 등 스마트키 2개 →1개 줄여
전기차 전환으로 반도체 사용량 확대

입력 : 2022-06-28 오후 2:39:44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구매하기 위해 기아(000270) 대리점을 방문했다가 마음을 접었다. 지금 주문하면 1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을 들어서다.
 
최근 현대차(005380) 캐스퍼를 인도 받은 20대 신입사원 B씨는 스마트키가 1개뿐이라는 말에 놀랐다. 키를 분실할 경우를 생각하니 난감하기만 하다.
 
기아 쏘렌토.(사진=기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며 출고적체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인기 차종의 경우 출고까지 최장 1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각종 사양에 따라 출고 기간이 늘어나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28일 현대차·기아 6월 전차종 납기표에 따르면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전방 레이더용 반도체 부품이 부족으로 출고까지 18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EV6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12개월에서 이달 14개월,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12개월에서 16개월로 늘어났다. 싼타페의 경우 3열 또는 선루프 선택시 납기는 더욱 길어진다.
 
제네시스도 처지는 같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그동안 현대차·기아보다 출고 대기기간이 짧은 편이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제네시스에 먼저 부품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큰 차이가 없다.
 
제네시스 G80 7개월, G90 9개월을 비롯해 전기차인 GV60 12개월 이상, GV70 10개월 이상 GV80 1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이나 2열 컴포트 패키지를 선택하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비인기 차종인 G70만 4개월 정도로 짧은 편이다.
 
반도체 부족은 스마트키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캐스퍼·아반떼의 스마트키를 기존 2개에서 1개만 지급하고 있다. 쌍용차(003620)는 모든 차종의 스마트키를 1개로 줄였다.
 
이같은 상황은 반도체 등 각종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서다. 특히 반도체 공급난에 코로나19, 중국 봉쇄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악재가 겹쳤다.
 
또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전환하면서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내연기관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차랑 한 대에 200~300개 수준이지만 전기차는 500개, 자율주행차는 2000개가 넘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전환으로 내연기관 대비 3~4배 정도 반도체 사용량이 늘어나고 반도체 업체들마다 재고 물량을 늘리고 있어 공급량이 부족하다"며 "핵심적인 차량용 반도체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국내 생산을 통한 출고 적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이슈는 적어도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 규모는 1015만대 수준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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