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경북 포항을 찾았다. 이 대표는 이날 포항의 숙원사업이자 지난 지방선거 때 지원을 약속했던 영일만대교 현장 부지를 방문해 당 차원의 협력과 지원을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포항에서 하루 숙박한 뒤 다음날에는 경주에서 원전 현장시찰에 나선다.
자신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윤리위 소집을 일주일여 앞두고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을 찾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대구를 방문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정당성을 역설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 대표 바람대로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선과 지방선거에 연승했다. 특히 포항은 자신에게 혁신위 사조직론으로 맞선 김정재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이날 방문의 배경이 주목됐다.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대표와 이철우(왼쪽 첫 번째) 경북도지사가 2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포항시 관계자에게 영일만 대교 사업 추진 경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자들의 관심은 이 대표와 친윤계와의 극심해진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계속해서 익명으로 자신을 향한 공세가 이어지자, 이 대표는 "익명 인터뷰는 대포차 같다"며 "무책임한 행동보다, 할 말이 있으면 실명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날 선 공세를 쏟아냈던 "정진석 의원, 김재정 의원, 안철수 전 대표 얼마나 당당하냐"며 "다소 주장이 희한하긴 하지만 (이렇게)당당한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 언론은 익명의 여권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앞으로는 대통령에게 면담 요청을 할 때 의제를 밝히라'는 언급도 있었다고 전했다. 회동 여부에 대한 진위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내가 아는 한 두 분이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자신에게 성접대를 한 것으로 의심받는 벤처기업인 김성진씨의 '박근혜 시계' 주장에 대해서도 "당황스러운 게 대선 이후 박 전 대통령을 본 적이 없고 청와대에 간 적도 없다"며 "청와대에서 누구한테 (시계를)줬는지 관리한다는데 체크하면 될 일"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어 "수사 상황이 왜 밖으로 나오는지 의문"이라며 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지난 4월 경찰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가 이날 찾은 포항 영일만대교 현장 부지는 공교롭게도 최근 당 혁신위원회를 이 대표의 사조직이라고 주장한 김정재 의원의 지역구다. 김 의원은 지난 27일 "이준석 대표가 출범시킨 혁신위는 13명으로 구성됐다. 최고위원들 보고 한 사람씩 추천하라고 했고, 본인(이 대표)이 5명을 지명했다"며 "(사실상)이준석의 혁신위"라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혁신위 첫 회의가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도 혁신위에 대해 이준석 사조직론을 내세워서 끝까지 흔들려고 하는 모습이 의아하다"며 "김정재 의원은 조속히 제가 지명한 5명이 누구인지 밝히시라"고 반발했다.
당무를 거부하고 부산을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부산 지역구 사무실(부산 사상구)을 격려차 방문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당대표실 제공)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기습 방문한 이 대표의 행보를 떠올렸다. 당시 이 대표는 장 의원을 익명의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규정,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 대표는 윤핵관을 비토하며 당무를 거부한 첫 날 장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는 등 사실상 조롱했다. 이번 포항행도 연장선에서 풀이된다.
포항=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