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전통적 해운 성수기인 3분기가 시작됐지만 운임 상승·하락 요인이 뒤엉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봉쇄 해제와 미국 물류 파업 위기 등 병목현상 심화 요인이 있는가 하면,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저하와 과도한 운임의 정상화 요인도 있어 하반기 운임 상승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선 단기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0일 4233.31를 기록한 뒤 조금씩 떨어져 이달 1일 4203.27로 하락했다.
HMM의 컨테이너선. (사진=HMM)
하락세가 가장 큰 곳은 북미항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6월 넷째주 운임지수는 FEU(40피트 컨테이너)당 미 서안항로 7378 달러, 동안항로 9804 달러로 전주보다 각각 111 달러, 269 달러 떨어졌다.
이 기간 독일과 벨기에에서는 항만 노동자 파업 영향이 이어졌다. 독일 함부르크항 장치율(컨테이너 화물을 쌓는 비율)은 90%에 달하기도 했다.
중국은 상하이 봉쇄 해제 후 물동량이 회복중이지만 봉쇄 전인 3월 중순 대비 약 5% 줄었다. KMI는 지난달 27일 보고서에서 "내륙운송 부문 제약이 여전해 일부 화물은 인근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지난 1일에는 쑤저우시 링비현이 봉쇄됐다.
가장 큰 우려를 낳는 곳이 미국이다. 서부해안항만노조(ILWU)와 태평양해사협회(PMA) 간 재계약 협상 기한이 지난 1일 만료된 상황에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주요 의제 중 하나가 항만 자동화라는 점을 볼 때 (원만한 협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철도 노조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 가능성도 있다. 철도 노조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임금과 복리후생 등에 대해 단체교섭을 이어왔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재안이 통하지 않자 지난달 18일부터 30일 냉각기간을 발표했다. 이 기간 합의가 없거나 대통령 직속 비상위원회가 설립되지 않으면 이달 18일부터 노조는 자력구제 할 수 있다.
물건은 계속 쌓이고 있다. 미국 소매상들은 최근 중국 도시 봉쇄가 풀린 뒤 개학·휴가용품을 비축하고 있다. 이에 LA항과 롱비치항은 부두까지 컨테이너가 쌓여 내륙운송 병목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물류플랫폼 트레드링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기준 LA항은 철도 운송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2만8000개를 넘었다. 이 가운데 3분의2가 9일 넘게 대기했다.
미국 태평양상선협회(PMSA)는 지난 5월 철도 컨테이너들이 LA항과 롱비치항에서 대기한 기간은 평균 11.3일로 4월(9.6일)보다 18% 늘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글로벌 구매력 하락이 물동량 감소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성수기 병목현상을 가속화할 요인이 많다 보니 컨테이너 운임이 상승하거나 급격히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장기적으로 해운 운임은 우하향 하겠지만 현재 해운 운임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성수기 시즌 및 상하이 봉쇄 해제 등으로 3분기 해운운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중국 상하이 봉쇄 해제에 따른 물동량 증가, 미국 서안 항만 노조 파업 가능성 등 운임 상승 요인이 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저하, 과도하게 높은 운임의 조정 등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임 상승 요인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 더 높고 하락 요인에 대해서는 기대치가 낮다”고 덧붙였다.
운임 조정에 대해서는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어서 현재 수준 운임은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며 “불황과는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SCFI는 2020년 5월 920.38를 기록했다가 코로나19에 따른 선복량 부족으로 치솟아지난 1월 5109.6을 기록한 뒤 점차 하락해 4200대를 기록하고 있다.
3분기 전망이 안개 속인 가운데 최대 국적 해운사 HMM 실적은 2분기가 정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23일 HMM 2분기 영업이익 3조4656억원을 기록한 뒤 피크아웃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컨테이너 수요가 불확실하고 단기운임 하락세로 이익 감익 구간 진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