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론' 설계자로 불리는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6일 총리님 말씀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만약 총리께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홍장표 원장의 거취에 대해 "우리랑 달라 같이 갈 수 없다, 바뀌어야 한다"며 사퇴압박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홍장표 KDI 원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총리께서 소중한 조언을 주셨지만, 이번에는 제가 KDI 원장으로서 조언을 드릴 차례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총리께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사이에 다름은 인정될 수 없고 저의 거취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홍장표 원장은 "국책연구기관은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며 "국책 연구기관은 정권과 뜻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을 뵌 적은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 주 총리께서 연구의 중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법률의 취지와 달리, '같이 갈 수 없다, 바뀌어야 한다'고 하신 것은 연구의 중립성과 법 취지를 훼손시키는 부적절한 말씀"이라며 "총리께서 저의 거취에 관해 언급하실 무렵, 감사원이 KDI에 통보한 이례적인 조치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민간주도성장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핵심 축으로 한 이윤주도성장"이라며 "대기업에는 감세 혜택을 주고 임금은 억제해서 이윤을 늘려줘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지난 10년 전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에 표방한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다르지 않다"며 "당시 이명박 정부도 적절하지 않은 정책임을 경험하고 이후 정책기조를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으로 전면 전환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민간주도성장은 현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대비하기에는 미흡해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작년 의회 연설에서 '감세를 통한 낙수경제학은 작동한 적이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연구기관의 자율성은 존중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KDI와 국책연구기관들이 국민의 미래를 여는 연구원이 될 수 있다"며 "총리께서는 부디 다름을 인정하시고 연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셔서,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하시길 소망한다는 말씀만 남길 따름"이라고 피력했다.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6일 총리님 말씀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만약 총리께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사진은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왼쪽)과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 (사진=뉴시스)
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