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부산역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30분 정도를 달리면 요산 김정한 선생의 소설 ‘모래톱 이야기’ 배경인 을숙도가 눈에 들어온다. 소설에서 낙동강 하구의 섬마을인 을숙도는 하루에 한 척뿐인 나룻배가 겨우 도착할 수 있는 외딴곳으로 묘사된 ‘조마이섬’이다.

 

오늘날 을숙도는 첨단기술이 집약된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맞닿아 있다. 을숙도를 지나다보면 두 개 강과 하나의 하천이 만나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의 친환경 수변도시 경관이 펼쳐진다.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개발에서 소외된 서부산권을 중심으로 국내 최초 친수구역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도심 습지원과 공원녹지 등 탄소흡수림을 조성하는 등 자연의 보전과 활용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또 에너지 자립과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도시계획이라는 점에서 '에코'라는 명칭은 남다르다. 

 

남해로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의 세물머리 삼각지에 들어설 에코델타시티는 서낙동강과 평강천, 맥도강 등 3개의 국가 하천으로 둘러싸인 친수구역이기 때문이다. 여의도 면적의 4.1배에 달하는 총 357만평 규모로 총 사업비만 6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에코델타시티는 부산과 울산, 김해, 양산, 창원 등 인구 800만명을 연결하는 중심부에 자리하는 만큼, 부울경 메가시티의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체 부지는 서낙동강과 맥도강, 평강천이 만나는 세물머리를 중심으로 3개 구역이다. 2015년 1단계(명지동) 착공을 시작으로 2016년 2단계(강동동) 공사를 시작했고 2019년 3단계 공사도 시작됐다. 1단계 구역은 지난해 말 부지 조성을 완료했다. 2단계 구역은 공정률 79%를, 3단계 구역은 공정률 25%를 기록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내 첫 입주 단지인 '스마트빌리지'에서는 다양한 첨단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줄자를 허리에 둘렀더니 거실에 설치된 모니터에 허리둘레가 실시간으로 떴다. 내 몸의 건강 정보는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웰니스센터에는 고신대병원 간호사가 상주하고 대학병원과 연계한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마을에는 경비로봇과 CCTV가 설치돼 치안 걱정을 덜었다. 자율주행 청소로봇 덕에 길거리는 항상 깨끗하다. 카페에서는 로봇이 커피를 내리고 서빙을 한다.

 

이러한 스마트빌리지의 조성은 에코델타시티의 지향점과 정체성을 보여준다. 에코델타시티 중 세물머리를 중심으로 한 약 84만평이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돼있다. 이 중 스마트빌리지에는 총 56세대 중 54세대가 지난해 연말부터 입주해 거주하는 리빙랩(생활 실험을 통해 해결안을 찾는 공간)을 실험하고 있다.

 

 

스마트빌리지에 적용한 첨단 기술은 로봇, 제로에너지, 안전, 교통 등 10가지 범주, 41개 혁신 기술이다. 입주자들은 스마트빌리지에 살면서 첨단 기술을 실증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입주 공모 당시 3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최고 경쟁률은 143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56세대 중 나머지 2세대는 올 하반기부터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할 계획이다.

 

유민호 부산에코델타시티사업단 공사1부장은 "안전하고 편리하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게 스마트빌리지의 기본 철학이다. 5년 간 무상으로 임대해 운영을 하고 있다. 1인 가구부터 신혼부부, 노년 가구 등 다양한 계층이 와서 살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층간 소음이 없고, 하나의 마을이지만 집과 집 사이에 벽이 없어 아이들끼리 거리낌 없이 어울리는 등 마을 공동체 형성도 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효과도 있다. 6개월 정도 지난 지금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빌리지에 적용된 혁신기술은 단지 내 플랫폼센터에서 관제한다. 취수장부터 음수대까지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서 수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거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온도, 습도 등 종합적 데이터를 분석해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날씨인지 아닌지도 입주자에게 알려주는 식이다.

 

그럼에도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닌 만큼 과제는 남아있다. 예컨대 길거리 청소로봇은 장애물이 있으면 멈출 수는 있지만 아직 장애물을 피해 가지는 못한다. 커피 나르는 로봇은 탁자와 의자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어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커피를 뽑아서 손님에게 전달해주는 로봇은 손님이 일정 거리보다 가까우면 작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김윤하 한국수자원공사 차장은 "(설치) 당시에는 기술이 최신이었지만 그 이후 시기에 집중적으로 관련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 앞으로 기술을 더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보상 관련 문제도 해결해야할 부분이다. 애초 에코델타시티는 사업지 100%의 민간 수용인 만큼, 토지보상 등에 어려움이 따랐다.

 

 

부산=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