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중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흉통은 원인이 다양해 적확한 검사와 알맞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1. 일주일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주부 윤씨는 새벽에 심장이 조이는 듯한 심한 흉통이 나타났다가 두근거리는 증상이 며칠째 반복돼 병원을 찾아 검사를 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직장인 김씨는 퇴근 후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하던 중 가슴이 뻐근해지고 심하게 두근거리며 어지러움을 느끼다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을 가게 됐다. 병원에서 심전도검사부터 다양한 검사를 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해 그냥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이 한 번씩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을 경험하고 일부는 병원을 찾아 진료를 보고 검사를 하지만, 병원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유럽심장저널 등에 따르면 흉통의 원인 중 42%는 역류성 식도염 등 소화기질환이 가장 많았다. 이어 허혈성 심혈관질환 31%, 근골격계증후군 28%, 심낭염 4%, 폐렴과 늑막염 2%, 대동맥류, 대동맥판 협착증, 대상포진이 각각 1%로 나타났으며 실제 흉통으로 병원 진료를 본 환자 대다수는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거나 신경계 이상이나 심리적인 요인 등 다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호연 중앙대학교병원 심장혈관·부정맥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는 "흉통은 가슴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 또는 불편감으로 그 원인은 심리적인 이유부터 심혈관계질환, 폐질환, 소화기질환, 근골격계질환 등 너무나도 다양하고 복잡하다"며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흉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 실제 검사를 해보면 백신 접종과 관련된 심근염은 매우 드물게 발견되며 오히려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심리적 원인, 그동안 잘 모르고 지냈던 돌연사를 불어올 수 있는 협심증이나 종양 등 심각한 질환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흉통의 대표적인 원인 중 심혈관계 질환에는 허혈성 심혈관질환, 심장 근육의 이상인 심근증, 심장판막증, 심장 박동의 이상인 부정맥, 심장 막에 발생하는 심낭질환, 심부전증, 심장종양 등이 있다. 허혈성 심혈관질환은 협심증과 급성심근경색으로 나눌 수 있다.
원호연 교수는 "협심증에 의한 가슴 통증은 주로 운동 시에 발생하고 가슴 좌측 또는 중앙부에서 뻐근한 통증을 느끼며 턱이나 왼팔을 따라 방사통이 생기기도 한다"며 "초기에는 운동량이 많아야 가슴 통증이 발생하지만 점차 적은 운동 시에도 가슴 통증이 발생하며 대개 움직이지 않고 안정하면 수분 내에 자연 소실되고 혈관 확장제를 혀 밑에 넣거나 뿌려주면 빨리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근경색에 의한 가슴 통증은 앉아 있거나 자다가도 갑자기 발생하며 10분 이상 지속되고 극심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응급실로 오게 되지만 고령의 환자 중에는 진통제나 청심환 등을 복용하고 참다가 결국 심부전에 빠져 병원에 오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만일 잠시라도 심한 가슴 통증을 느꼈다면 지체하지 말고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흉통으로 병원 진료를 보게 되면 가장 기본적으로 심전도검사, 흉부엑스레이검사 등을 통해 심각한 질환을 감별한다. 일반적으로 협심증이나 급성 심근경색증 일부에서 심전도는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운동부하검사, 24시간 심전도,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이러한 검사만으로도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심도자(카테터)술과 관상동맥조영술을 통해 심장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이식형 루프기록계를 심장 앞부분 피부 밑에 이식해 연속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하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흉통의 원인 중 약 40%는 역류성 식도염과 같은 소화기계 질환으로 발생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고 식도 근육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가슴 한가운데 명치부터 앞가슴 부위가 타는 듯한 흉통을 일으키는데, 특히 식사 후나 바로 누운 자세에서 자주 발생한다.
원호연 교수는 "흉통으로 인해 병원에 진료를 보러오는 환자 중 다수는 역류성 식도염인 경우가 많은데, 환자의 상세 병력 청취 후 음식물 섭취와 흉통과의 관계가 있고 심장검사 상 이상이 없는 경우 역류성 식도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흉통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흉부 근골격계질환이 있다. 가슴에 충격으로 늑골절이나 늑연골염 등으로 기침이나 심호흡을 할 경우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흉통은 운동 중 나타나는 협심증과 달리 운동 중이나 후 혹은 자세 변경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원호연 교수는 "(흉통으로) 진료를 오는 환자 중에 검사 상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환자의 병력을 듣다 보면 심리적 이유이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가슴이 답답하거나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며 "흉통의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고 검사상에도 진단이 안될 경우 신경정신과적 약물 치료나 진료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원인에 의한 흉통이라도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전에 없던 증상이 발생했다면 진료를 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